절아래집까지 타종소리 들린다. 월드컵 기간중 매일 오전 11시에 영산재가 봉행되는 서대문 봉원사. 스님들은 일주문 옆에서 바라춤을 펼쳐낸 뒤 취타대를 앞세우고 삼천불전으로 향한다. 금불상 3천개가 봉안돼있는 법당은 중생이 곧 부처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중생은 누구나 불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갈고 닦으면 부처가 될수 있다고 석가는 말했다. 비구와 대중이 자리를 나눠 앉으니 비구니들의 나비춤이 시작된다. 얇은사 하이얀 고깔에 종이꽃을 쥔 여승. 대중이 읊조리는 마하바라밀이 합창소리처럼 들린다. 비구니 하나가 나와 법고를 두드린다. 뒤로 자빠질듯 고개를 젖히고 법고 윗부분에서 반원을 그린다. 더 높은 곳을 향해 가자는 뜻일까. 시선은 하늘에 있고 북 치는 손은 자진모리로 내닫는다. 죽은이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49재의 하나인 영산재는 원래 3일 밤낮을 할만큼 길다. 봉원사가 이번에 선보이는 영산재는 이를 2시간으로 축약,불교예술의 참맛을 느낄수 있게 꾸몄다. 공연은 28일까지. (02)392-3007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