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골키퍼를 절대로 보지 말고 골문 안 빈 공간을 노려 슈팅하면 백전백승이다." "폭염 속 달구벌 대첩때 예상되는 체력 부진을 천기공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대구 대전을 앞두고 지난 8일까지 묵었던 경주 현대호텔에는 '필승 훈수'를 히딩크 감독에게 전하려는 전화와 우편물, 인터넷 메일 등이 봇물을 이루었다. 대학교수에서 역술인, 기철학자, 놀이문화연구소 연구원 등 전국 곳곳의 마니아들이 보내오거나 직접 들고 오는 '미국전 훈수'가 하루 평균 5백여건을 헤아렸다고 현대호텔측은 밝혔다. 9일 대표팀이 투숙한 대구 파크호텔에도 '비책'을 들고 오는 축구광들이 줄을 잇고 있다. 경주 현대호텔 이형균 객실영업팀장은 "히딩크를 만나 직접 전해야 한다고 옹고집을 피우는 열광팬들만 많을 때는 10여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호텔측은 지난 6일 중국연변과학기술대 발전소공학 권위자인 박춘근 교수(공학박사)가 전자우편을 통해 보내온 '16강 진출수'는 적용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히딩크 감독에게 전달했다. 박 교수는 이 글에서 "한국 선수들이 상대방 골문까지는 잘 가면서도 슈팅한 골이 골키퍼 가슴에 정확하게 안기는 사례가 허다하다"면서 "이는 선수의 눈길이 골키퍼에게 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선수들이 상대방 골키퍼를 절대 보지 말고 골문 안 빈 공간을 보고 슈팅하면 정확하게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독일 뮌헨공대에서 연구할 때 인체 구조역학과 심리학적으로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가로수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분석해본 결과 운전자가 나무를 피하려 해도 눈이 이미 나무를 주시한 이상 핸들을 잡은 손은 눈길이 가는 쪽으로 차를 몰아 정면 충돌하게 마련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 자신을 천단도 부총재라고 밝힌 79세의 한 노인은 지난 5일 호텔을 찾아와 "선수들에게 체력 보강을 위한 기(氣)를 불어넣어야 한다"며 히딩크와의 만남을 주장하다가 호텔측의 만류로 3시간여 만에 돌아갔다. 호텔측은 "모 선수를 팀에 합류하면 반드시 진다"고 주장한 역술인의 우편이나 선전을 기원하며 은근히 자사 제품을 광고하는 이메일,우편 등 속 들여다 보이는 것들도 많다고 전했다. 경주=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