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끊이지 않는 미국의 전설적인 가문 케네디가문에 또다시 악재가 터졌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으로 법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의 처조카마이클 스카켈(41)이 25년 전 이웃에 살던 15세 소녀 마사 목슬리를 살해한 혐의로7일 유죄평결을 받은 것. 미 동부 코네티컷주 노르워크시의 배심원들이 3일동안 고심한 끝에 내린 이번유죄 결정으로 스카켈은 최소 10년형에서 최장 종신형까지 선고 받을 수 있다. 마사는 지난 75년 코네티컷주 벨 헤이븐 소재 저택에 있는 나무 밑에서 골프채로 맞아 숨진 채 발견됐고 범행에 사용된 골프채는 수사 결과 스카켈 어머니 것으로밝혀졌다. 당시 마사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던 스카켈은 그녀가 자신의 형 토마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이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27년이나 묵은 이 사건에는 목격자나 DNA 같은 유죄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는 상태. 따라서 법정은 이번사건을 전적으로 주변사람들의 진술에만 의존하고있다. 법정은 "케네디 가문 소속이기 때문에 살인죄를 비켜 갈 수 있다"는 스카켈의고백을 여러 차례 들은 적이 있다는 그레고리 콜맨의 진술을 증거로 채택했다. 그는스카켈과 메인주 소재 약물.알코올 재활 학교인 엘렌스쿨 동기생으로 재판 시작전마약 과다 복용으로 숨졌다. 이에 대해 스카켈의 변호인단은 "수사관들이 윽박질러서 원하는 진술을 얻어낸것"이라며 진술의 신빙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사건 당시 스카켈이 미성년자였던 만큼 이사건은 소년법정에서 처리되야 한다"며 제소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만약 사건이 소년법정으로 넘어가면 중년 남자를 수용할 소년 수용 시설이 없는코네티컷주의 실정상 스카켈은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20년 넘게 미해결로 남아있던 이 사건은 스카켈을 비롯해 그의 형 토머스, 당시가정교사 케네스 리틀턴이 용의선상에 올라있었으나 본격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아케네디 가문과의 연줄이 수사를 붙잡아 놓고 있다는 의혹이 난무했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유명탐정과 작가가 잇따라 이 사건을 소재로 책을 내면서세인의 주목을 끌기 시작하자 배심원들이 구성돼 사건을 조사, 스카켈은 마침내 체포되기에 이르렀다. 법정에서 유죄가 선언될 때 스카켈은 놀란 표정으로 배심원들과 방청객을 차례로 쳐다보며 눈물을 보였고, 숨진 마사의 어머니 도로시와 오빠 존은 서로 얼싸안고"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믿을 수 없이 기쁘다"고 흐느꼈다. 한편 스카켈의 가족은 이번 재판을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하며 "가족들이 27년 동안 이 사건으로 고통받아 왔다. 하지만 마이클은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스카켈의 변호사 미키 셔먼은 "두 형제가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게 심각한 살인동기가 되는 찰나의 순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번 재판은 이제껏 본 것중 가장 엉터리이고, 그의 석방을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선고공판은 내달 19일 열린다. (뉴욕 AP.AFP=연합뉴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