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정치불신속에 월드컵 대회까지 겹치면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가 국민들의 관심밖으로 밀려나 실종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살림살이를 맡아 일할 대표를 뽑는, 지방선거로 대변되는 풀뿌리 민주주의 자체가 흔들릴 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월드컵이라는 강풍에 휘말려 지방선거가 이슈에서 밀려나자 선거관리위원회와전국의 자치단체마다 투표율 제고에 비상이 걸렸으며 후보자들은 냉담한 유권자들을 선거판으로 돌려 세우기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월드컵과 지방선거 = 월드컵 열기가 한국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으로 최고조에달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이번 6.13선거의 투표율이 사상 최저치인 50%대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우려되자 선관위 등 관련기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부산시선관위는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등과 함께 투표율 1% 올리기 캠페인와 투표참여 약속 유권자 릴레이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나 월드컵으로 쏠린유권자들의 시선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후보자들은 후보자들 대로 중반전으로 접어 든 이번 선거에서 월드컵을 득표전에 활용하기 위해 갖가지 묘책마련에 비상이다.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비롯해 서울과 부산 등 광역단체장 및 기초단체장 후보들은 대부분 한국팀 경기가 있는 시간대에는 선거운동을 일제히 중단한 채 경기장이나 시민들이 운집한 곳에서 함께 응원을 하며 월드컵 분위기에 적극 편승하고있다. 민주당은 최근 대량 공석사태와 관련 입장권 판매 캠페인에 나섰으며 한나라당이명박 서울시장 후보는 강변북로를 '월드컵 대로'로 명명하자고 제안했다. 또 민주당 박상은 인천시장 후보는 자전거 유세단을 구성, 시내 곳곳을 누비며월드컵 홍보에 나서고 있으며 성남시장 후보인 한나라당 이대엽후보와 민주당 김병량후보는 월드컵 노래를 로고송으로 개사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민주노동당 김석준후보는 부패와 무능으로 얼룩진낡은 정치를 퇴장시키고 참신하고 개혁적인 자치시대를 열기 위한 '레드카드' 유세를 매일 퇴근시간대에 벌여 눈길을 끌고 있다. 이밖에 월드컵이 열리는 도시마다 후보자들이 경기장을 유세의 중심으로 삼고 있으며 경기도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월드컵 응원을 빙자해 축구공과 붉은악마 유니폼을 대량 살포하는 선물공세를 벌여 선관위가 조사에 나서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선거 풍속도 = 월드컵 개최시기와 겹쳐 지난 2일 전국 282개 선거구에서 열린첫 합동연설회에 선거구당 평균 500-600명의 청중이 모인 것으로 집계되고 그나마선거운동원이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자 후보자들마다 선거운동 전략을 바꾸고 있다. 후보들은 고비용 저효율의 대명사인 합동연설회와 정당 및 개인연설회는 물론요란한 유세차량이나 거리유세에 대해 유권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1대1 접촉,스킨쉽, 논두렁 밭두렁 등 발품을 파는 고전적인 선거운동으로 전환, 표심 파고들기에 나섰다. 월드컵과 정치불신으로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돌리기는 커녕 악수조차 힘들어지자 강원도지사 후보로 나선 한나라당 김진선후보와 민주당 남동우후보는 시.군마다열리는 5일장과 재래시장 등을 중점으로 돌며 1대1 접촉에 주력하고 있다. 정읍시장 후보인 Y씨의 경우 도심지보다는 농촌지역을 돌며 논두렁.밭두렁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일부지역에서는 무의미한 합동연설회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심각한 수준을 보임에 따라 조직표 동원에 의존하는 돈선거 및 각종 불법.탈법이 횡행하는 혼탁선거 우려가 그 어느때 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 1만915명의 공식 선거비용은 7천515억원이나 투표율저하에 따른 조직운영 및 확대 등 음성적 선거비용이 무려 3-4조원에 이를 것이라는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원도내 선거구중 유력후보간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A시와 B시의 경우 사조직이 승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여 막판 금품살포 여부가 당락을 결정할 것이라는 여론마저 공공연하게 퍼져 있을 정도이다. 특히 유권자들로 부터 더욱 외면당하고 있는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조직가동을위해 각종 탈.불법 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선관위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7일간 30건의 불법 선거운동을 적발했으며 강원선관위도 5일 현재까지 모두 314건을 적발, 지난 98년선거 62건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대 윤용희(정치외교학)교수는 "단체장들의 부정부패, 최근 대선후보 경선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뿌리깊은 지역편중적 정당구조 속에 월드컵 대회마저 겹쳐국민들의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전제하면서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이 주인의식을 갖고 이번 선거에 적극 참여해 올바른 일꾼을 뽑아야 한다는 결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영인기자 kimy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