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종로서적이 4일 셔터를 내리고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 80년대에 '양우당''삼일서적' 등 종로통의 유서깊은 서점들이 사라진 데 이어 종로서적마저 문을 닫음으로써 서점의 '종로통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왜 부도 냈나=종로서적의 부도는 이미 예견돼온 일이라는 게 출판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90년대초까지만 해도 교보문고와 함께 대형서점의 쌍두체제를 유지했지만 92년 7월 영풍문고가 생기면서 급속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93년 영풍문고에 매출액을 추월당한데 이어 최근에는 씨티문고 등 후발주자에도 매출이 뒤졌다. 특히 최근들어 인터넷서점에도 시장을 빼앗기면서 매출이 급감,3백여명에 이르던 직원이 최근에는 50명 수준으로 줄었으며 지난 4월부터는 출판사에 대한 책대금 지급도 어려워졌다. 때문에 4일 돌아온 불과 2천8백만원어치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내고 말았다는 것이다. 종로서적의 부도사태에 대해 출판계 인사들은 "시대적인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복층구조의 낡은 시설에 주차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주말에 주로 찾아오는 가족단위 고객들의 수요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 서점들이 대형화,복합화,고급화하는 추세에 맞추지 못한데다 온라인 서점화하는 추세에도 부응하지 못해 부도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왔다는 설명이다. 종로서적의 자본금은 20억원으로 지난 2000년 매출액은 2백34억원,당기 순손실은 2억2천4백만원을 기록했다. ◆인터넷서점에 밀린 95년 역사=종로서적이 처음 문을 연 것은 1907년. 기독교 계열의 '예수교서회'가 현재 종로서적 건물 자리에 있던 목조 기와집을 구입하면서다. 기독교 서적을 출판 판매하던 이 서점은 1931년 지하 1층,지상 4층의 빌딩을 짓고 '교문서관'이라는 상호의 종합서점으로 출발했다. 이후 1963년 '종로서적센터'로 이름을 바꿔 '종로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교보,영풍문고 등 인접한 대형서점의 잇단 상권잠식에 이어 최근 인터넷 서점들의 할인공세는 95년 역사의 종로서적을 더 이상 버틸수 없는 궁지로 내몰았다. 종로서적은 자체 온라인 서점을 갖지 못한 채 인터넷 롯데쇼핑몰의 서적코너에 입점했으나 그나마 매출이 부진해 계약을 해지당했다. 또 최근에는 인터넷 서적유통업체인 '북새통'의 가맹서점으로 명맥을 유지했을 뿐이다. ◆출판업계 파장=종로서적의 납품 출판사는 2천∼3천여개. 하지만 부도로 인한 출판계의 파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지난 2000년부터 위기설이 나돈데다 상당수 출판사들이 올해초부터 종로서적과 거래를 끊거나 거래량을 줄이는 등 나름대로 대비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매출액 기준 50위권에 들어가는 단행본 출판사들의 매출에서 종로서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해 출판사당 1천만∼2천만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최장수 서점의 부도에 대해 출판·서점업계는 허탈한 표정이다. 이창연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은 "서점업계의 정신적 지주인 종로서적이 문을 닫게 돼 안타깝기 그지 없다"면서 "종로서적의 부도는 현재 모든 서점이 겪고 있는 도산위기의 실상이 어떠한지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