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덕분에 3남매가 헤어진지 35년만에 상봉했다. 미국 워싱턴주 오리건에 사는 정영선씨(60.여)는 최근 고국을 방문했다가 35년만에 헤어진 여동생 명선씨(55)와 남동생 유복씨(51)를 만나 재회의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전북 군산시 영화동 옛 시청 주변에 살다가 영선씨가 미군과 결혼해 지난 67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서로 연락이 끊겼다. 영선씨는 지난 2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10여차례 e메일을 주고 받으며 군산시에 가족을 찾아달라고 요청했으나 가족들의 이름마저 잊어버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영선씨가 애틋하게 바라던 가족 상봉의 꿈은 아들 스티브 사이먼(35)과 월드컵 덕분에 이뤄질수 있었다. 오리건 주립대 축구 코치로 있던 사이먼은 월드컵기간중 각 나라의 축구팀 전력을 분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영선씨도 아들과 함께 35년만에 고국을 찾았다. 영선씨는 군산에 들러 호적을 들춰보다가 불현듯 남동생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가족과 극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어머니는 15년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한번 눈시울을 적셔야 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