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통해 응어리진 가슴을 풀고 우리 모두 하나가 됩시다.'


전국이 월드컵 열기로 휩싸인 2일 인천공항 입국장에는 전세계 국기와 함께 한반도가 그려진 '한반도기'가 나부꼈다.


'고향의 봄''아리랑' 등 한서린 우리 노래도 흘러나왔다.


그리고 귀에 익숙한 노래가락 속에서 울음 섞인 만세삼창이 우렁차게 퍼졌다.


이날 입국장에 손을 맞잡고 들어온 주인공은 조총련과 거류민단에 속한 재일동포,일본인들이었다.


조총련 민단 그리고 일본이라는 한국 근대사의 상징적 존재들이 '코리아 재팬 공동응원단'을 구성해 하나가 되어 한국땅을 밟은 것.


남북이 분단된 이후 조총련과 민단이 한국에서 공동 응원을 펼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일본인까지 참여해 한·일 양국이 함께 응원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갈등을 되풀이해 온 한국과 일본,조총련과 민단이 월드컵이라는 스포츠 행사를 통해 가슴을 열고 서로를 받아들인 것이다.


코리아 재팬 공동응원단 단장인 재일교포 김소부씨는 "조총련과 민단,일본이 한마음으로 응원함으로써 분단된 조국의 비극과 한·일 양국의 불신을 한꺼번에 떨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총련 소속 재일동포 정종일씨는 "월드컵이 민단과 조총련의 화합에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한국팀이 꼭 16강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모임을 결성한 김영재 재일본대한체육회 명예회장은 "감개무량할 뿐"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권태균 한국측 회장도 "공동 응원이 한·일간의 우정과 남북 평화에 일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응원단에 참여한 도시샤 대학 방송학과 아사노 겐이치 교수는 "남북한이 하루빨리 통일되길 바라며 한국과 일본도 EU 국가처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코리아 재팬 공동응원단이 처음 결성된 것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당시 한국과 벨기에 경기를 관전하던 한국의 '아리랑 응원단'이 일본의 '울트라 닛폰'을 만나 우연히 함께 응원을 펼친 게 계기가 됐다.


현재 이 모임 회원은 한국과 일본에 걸쳐 약 9백여명.


이번 월드컵 기간 동안 일본 회원 4백50여명이 한국을 방문,한국팀 경기를 관람할 계획이다.


일본팀 경기가 있는 날엔 회원들 모두 서울 코엑스에 모여 멀티미디어를 보면서 응원을 펼칠 예정이다.


인천=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