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l Korea.'(멋진 한국)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인터내셔널판 최신호(6월10일자)의 커버스토리로 한국을 다루면서 이렇게 표현했다. 전세계 축구팬들은 2002 월드컵 기간중 공동개최국인 일본의 장기불황과 대조되는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살필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는 게 그 요지다. 외환위기 직후 노숙자들이 넘쳐나던 곳이 전세계 개발도상국의 모델이 됐다는 얘기다. 달라진 한국=토요일밤 서울의 청담동 패션거리. 유복해 보이는 젊은 20대들이 파스텔 색상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한다. 샤넬 구찌 제품으로 단장한 젊은 여성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거리에는 월드컵을 알리는 포스터들이 곳곳에 붙어있다. 아시아 위기가 한국에 끼친 참담한 폐해를 아는 외국인들은 지난 98년 텐트촌과 무료급식소로 넘쳐나던 곳이 여기란 사실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많은 아시아 국가는 그들이 꿈꾸기만 했던 것을 한국에서 확인할 수 있다. 흑자예산,1천7억달러의 외환보유고,오르는 국가신용등급,3.1%에 불과한 실업률,세계에서 손꼽힐만큼 우수한 실적을 보이는 증시,넘쳐나는 외국자본,세계에서 가장 높은 초고속인터넷 보급률,날렵하고 강해진 재벌 등등. 증시가 폭락하고 외환보유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수출은 곤두박질치고 외국인 투자자의 탈출행렬이 줄을 이었던 97년 외환위기 당시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경제기적의 키워드=김대중 정부가 없었다면 한국의 기적은 불가능했다. '김 대통령이 이끈 주식회사 한국'(Kim & Co)이 단행한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이 한국의 기적을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대기업과 은행간 잘못된 고리를 단절시켰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더 이상 소니와 도요타의 제품을 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찾는 브랜드가 아니다. 수출의존형 경제구조에서 탈피,내수를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이끈 소비열풍과 비즈니스와 문화계에 불어닥친 혁신의 물결도 한국을 변화시킨 또 다른 요인이다. 가치관도 바뀌었다. 장사나 재테크로 성공하는 것이 범죄로 간주되지 않는다. 일류대 출신들도 획일성을 요구하는 대기업보다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엔씨소프트 등 벤처기업에 입사하길 원한다. 창조성에 대한 욕구는 대중문화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한류열풍을 만들어내고 영화산업을 한단계 도약시켰다. 16세 여가수 보아의 첫 앨범 '지금 시작하지마'가 올들어 일본차트를 석권하고 있다. 금기시돼온 남북 군사문제를 다룬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한국에서만 6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히트를 친데 이어 일본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 국민들은 엄청난 사회적 충격을 딛고 재기해 새기술을 음미하며 다시 생을 즐기고 있다. '처음에는 고통이 따랐지만 그만큼 결실을 얻었다.'(First the pain,then the 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