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는 30일 서울 코엑스 아셈홀에서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CEO)급 인사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월드 비즈니스 리더스 라운드 테이블'을 열고 다국적 기업들의 한국 투자전략을 논의했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행사에는 헤닝 슐트놀르 알리안츠 회장,헬무트 판케 BMW 회장,마쓰시타 마사유키 마쓰시타 부회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비벤디워터 다우코닝 델파이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뱅크 등의 CEO급 인사들도 모습을 보였다. 이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개선된 한국의 기업환경과 외국인투자 유치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이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제도개혁과 생활환경 및 기업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신국환 산자부 장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앞으로는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에 힘쓸 것"이라며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와 지역본부 이전을 적극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덕수 청와대 경제수석은 "한국이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부상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해외CEO들은 한국이 아시아의 중심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규제완화와 투명성 제고, 노동시장의 유연성, 영어교육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알리안츠의 헤닝 슐트노엘 회장은 "국제기준에 비춰볼 때 아직 금융규제가 많으며 특히 은행의 3분의 1이 여전히 국유화돼 있다"며 정부소유 은행을 민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델파이의 데이비드 홀린 부사장은 "기업회계 관행이 많이 개선됐지만 더욱 투명해져야 하며 노동시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악조노벨의 프리츠 프롤리흐 부회장과 다우코닝의 게리 앤더슨 회장은 "한국정부가 글로벌 기업의 지역본부 유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세계시장을 겨냥하고 움직이는 기업들은 지역본부를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는다"며 "좀더 넓은 범위에서 한국경제의 미래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해외 CEO들은 한국이 그동안 기울여온 경제회복과 투자환경 개선노력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비벤디워터의 올리비에 바바로 회장은 "경제위기를 3년만에 극복한 것은 대단히 특이한 경우로 정부와 기업 노동자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S&P의 로버트 리처드 상무는 "한국은 매우 중요한 지역이므로 서울을 장기적인 거점으로 육성해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벨기에의 에너지업체인 트랙터빌의 더크 베유스워트 회장은 "그동안 한국업체들과 가스 수자원 개발분야에서 깊은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전기산업 민영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혀 분리매각을 추진중인 한전 발전자회사 인수에 참여할 계획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한덕수 청와대 경제수석은 해외CEO들이 제기한 한국경제의 문제점들과 관련해 "발전파업 당시 정부가 엄격한 노동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해 파업을 끝낼 수 있었으며 이는 이후 노조 지도자들이 노동운동의 강도를 완화하는 계기가 됐다"며 한국정부의 노력을 설명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국계 CEO들은 한국경제의 급속한 회복을 칭찬하면서 외국기업인에게 한국투자를 늘릴 것을 요청해 관심을 끌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회의에 참석해보니 한국은 외국인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어서 경제위기를 극복한 반면 일본은 이를 꺼려 경제가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정리=정태웅.정한영.김혜수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