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청춘을 사르지 못하면 생사를 초월한 영원한 청춘을 얻을 길은 없습니다. 중생적인 이 청춘을 나머지 없이 불살라 버려야 늙음과 죽음이 없는 만년 청춘을 얻을 것…." 신여성으로 이름을 날리다 32세의 젊은 나이에 수덕사로 입산,삭발한 일엽 스님(1896∼1971)이 밝힌 출가 이유다. 지난 62년 수많은 여성들을 구도의 길로 이끌었던 일엽 스님의 회고록 '청춘을 불사르고'(김영사)가 30년만에 재출간됐다. 옛 문체를 현대적으로 바꾸고 한자어는 각주를 달아 요즘 젊은층을 배려했다. '행·불행이란 제 스스로 있는 것이 아니요,사람의 생각이 지어낸 느낌이다. 따라서 아무나 생각하는 생각만 파악하여 쓸 수 있으면 내 맘대로 생각을 부릴 것이다.' '좋은 것,좋은 것 하지만 그 반면은 언짢은 것이다. 비로소 가지고 싶은 것,하고자 하는 바를 다 해봐도 만족은 없다는 걸 알았다.'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삶을 경험했던 일엽 스님은 욕심은 그 무엇으로 채울 수 없는 것임을 깨닫고 출가를 결심했다고 한다. 평남 용강에서 태어난 일엽 스님의 본명은 김원주.목사의 딸로서 이화학당에서 공부하고 일본에서 유학했으며 화가 나혜석과 함께 대담한 필설로 개화기의 신여성운동을 주도했다. 특히 춘원 이광수가 일엽(一葉)이라는 호를 지어줄 정도로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고 문예지 '폐허'의 동인으로 활동했다. 책에는 '청춘을 불사르고' 걸었던 구도의 과정과 스승인 만공 선사에 대한 회고,마음과 믿음,인생과 행복,영원히 사는 길,인간을 구하는 길에 관한 생각 등이 담겨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