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가 한국을 바꾼다] 제3부 : (2) '카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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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 위협하는 카드 사고 ]
서울에 사는 K씨는 작년 3월 사채업자인 D사를 찾아가서 카드를 맡기고 1백10만원의 카드 연체금을 대납받았다.
그러나 K씨는 나중에야 사채업자가 자신의 신용카드를 이용, 총 7백38만원을 인출해 간 것을 알게 됐다.
서울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L씨도 작년 7월 자신과 아내의 명의로 카드를 맡기고 1천7백만원의 카드대금 연체대금을 사채업소인 M사로부터 대납받았다.
M사는 그러나 L씨 부부의 기존 신용카드 10개는 물론 5개의 카드를 신규로 발급받아 카드 현금서비스와 카드깡을 하는 방법으로 돈을 마구잡이로 끌어다 썼다.
L씨 부부는 현재 1억2천만원의 빚더미위에 살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이 늘면서 카드 부정사용(사고) 규모도 늘고 있다.
부정사용이란 △신용카드 위.변조와 △부정신청(명의도용)에 의한 카드 발급 △분실 및 도난 카드 등을 이용해 카드 발급 신청자가 아닌 제3자가 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통틀어 말한다.
매출전표 위.변조나 신용카드 불법대출(일명 카드깡)도 포함된다.
이같은 카드 부정사용액은 지난 99년 2백45억원에서 작년엔 4백55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부정 사용건수 역시 같은 기간 2만8천9백76건에서 5만8천90건으로 급증했다.
카드사용액이 매년 두 배 가까이 늘고 있는 추세에 따른 현상이다.
특히 카드 및 매출전표의 위.변조, 명의 불법 도용, 카드깡 등의 범죄들은 날이 갈수록 조직화.고도화하고 있다.
카드깡의 경우 최근에는 인터넷이 이용되기도 한다.
쇼핑몰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통해 실제 거래가 일어난 것처럼 가장할 경우에는 가맹점 등록조차 필요없어 사실상 적발이 불가능한 형편이다.
카드의 도난.분실에 의한 피해액은 신고를 통해 보상 받을 수 있지만, 명의 도용이나 위.변조, 카드깡 피해는 피해사실 증명과 보상이 어려워 카드 사용자들의 주의가 특히 요구된다.
카드 전문가들은 올바른 카드 사용문화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카드를 발급받는 즉시 뒷면에 서명하고 △카드를 양도.대여하지 않으며 △불필요한 카드는 발급받지 않는 등의 수칙은 신용사회의 기본인데도 아직 정착이 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
카드사들도 부정사용에 대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휴대폰 문자메시지(SMS)를 통한 승인내역 통보 서비스다.
카드사용 내역을 곧바로 핸드폰 등을 통해 알려주기 때문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불법.부정하게 사용한 내역이 있을 경우 이를 곧바로 인지할 수 있다.
국민.동양.BC.LG.삼성카드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 외환카드 등은 인공지능 검색시스템을 사용, 부정사용 징후가 있는 결제요청만을 체크한 후 카드사용자에게 전화로 통보해 주고 있다.
황명희 여신금융협회 홍보팀장은 "범죄 유형이 고도화되면서 카드사들이 부정사용에 대비한 시스템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선 카드 사용자 스스로가 자신의 신용을 지키려는 노력을 각별히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카드 사고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카드 길거리 모집 금지 △카드 도난·분실시 보상받을 수 있는 기간의 연장(25일→60일) △부모 동의 없이 발급된 카드의 연체대금에 대한 면책 혜택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의 조치를 통해 카드 사용자 보호정책을 쓰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신용을 지키려는 카드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이는 부정 사용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
[ 자료협조 : 여신전문금융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