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세계에는 특이 업종이 많다. 독창적인 분야를 개척하는 기업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신생업체인 브레일테크도 평범하지 않은 '업(業)'을 선택했다. 특허 기술인 '투명 합성수지를 이용한 점자인쇄'가 브레일테크의 무기다. 브레일테크의 서영태 대표(39)는 "간단하게 풀이하면 인쇄물 표면에 투명한 점자를 다시 인쇄하는 기술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물은 천공방식으로 만들어져 왔다. 그러나 이 전통방식은 종이(인쇄물) 양면을 이용할 수 없고 사용 기간도 길지 않으며 비용 측면에서도 만만치 않다는 것. 서 대표는 "브레일테크의 점자인쇄를 활용하면 인쇄물의 양면을 이용할 수 있고 점자 수명도 반영구적이며 저비용으로 대량 생산체제를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레일테크는 투명 점자인쇄기술을 다양한 부문에 활용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시각장애인의 24%가 약품 설명서를 잘못 이해함으로써 약물을 오.남용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가 있죠." 의약품 포장지에 투명한 점자 인쇄를 하면 일반인은 물론 시각장애인도 약품 사용법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는게 서 대표의 지적이다. 실제로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통해 성숙된 기업 이미지를 추구하려는 제약회사들이 브레일테크의 점자 인쇄를 약품 포장에 이용하고 있다. 일동제약 삼일제약 유한양행 태준제약 등이 브레일테크에 특정 의약품에 대해 브레일테크에 점자인쇄를 발주했다. 서 대표는 "식품회사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브레일테크는 정부간행물과 관련해서도 투명 점자 인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금년엔 선거 시즌으로 선거공보물과 관계된 점자 인쇄 특수도 예상된다. 정치인들이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선거공보물에 투명 점자 인쇄를 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 그는 "브레일테크의 점자 인쇄 수요가 늘어나 수익성이 높아지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투자를 더 늘리는 선순환으로 연결되는, 뜻있는 사업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미국에서 MBA(경영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지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귀국해서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02)541-2684 양홍모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