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갈짓자(之)를 그리며 하루 걸러 오락가락 하고 있다. 지난 1/4분기 경제지표 발표가 경제성장률(GDP 기준)로 종합된 이후 2/4분기에 대한 확신이 점차 줄어가고 있다. 특히 국내 경제가 내수 위주의 차별적 성장세가 크게 반영된 뒤에 미국과 연계되는 즈음에 미국 시장이 경제적 요인 뿐만 아니라 비경제적인 테러 등의 혼란상까지 가중되면서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펀더멘털에 대한 문제부터 시작해서 기업실적까지 이르는 거시·미시적 범주를 포괄하면서 시장 내부적인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외 자금 흐름 상황에서도 외국인 매도가 5월 하순에 오면서 잦아들긴 했으나 국내 주식형펀드나 고객예탁금 증가가 지연되고 매수차익잔고 누증에 따른 수급여건상의 부담도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반도체 D램 가격이나 철강 가격 등 소재 부문의 약세가 지속되고 월드컵 특수 등 계절적 수요도 형성되지 않고 있어 시장 내부적으로 거래소에서 코스닥에 이르는, 또는 대형주에서 소형주에 이른 순환매도 돌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이전의 박스권 장세의 경우 대형주가 횡보하는 과정에서 중소형주의 순환매가 도는 등의 장세 특성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최근 장은 매수주체가 취약한 가운데 순환매마저 단절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의 선물 매매에 따라 프로그램 매매가 맥없이 기계적으로 유출입되면서 시장심리가 크게 흐트러지고 있다. 이날도 외국인이 개장초 순매도했다가 오전 10시경 순매수 전환한 뒤 매수규모를 늘리자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가 매도를 앞섰다. 그러나 외국인이 오후 2시경 2,600계약의 순매수를 털기 시작하면서 프로그램 매도가 순간 집중, 장마감까지 지수 낙폭을 키웠다. 이런 과정에서 3% 이상 급등했던 은행주를 비롯한 일부 업종들도 모두 약세로 전환됐고 지수관련주도 아닌 중소형 종목들까지 약세흐름이 파급되면서 거래소에서는 565개, 코스닥에서는 577개나 하락종목이 양산됐다. ◆ 펀더멘털 확인 필요, 환율 급락의 이중성 = 그렇다고 경제 펀더멘털이 딱히 크게 악화됐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물론 2/4분기 중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될 전망이어서 수출모멘텀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달러 약세가 진행되면서 기업들의 2/4분기 채산성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1,233.80원으로 전날보다 9.40원 급락, 지난 2000년 12월 20일 1,217원 이래 17개월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러나 최소한 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과열 또는 버블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다. 또 전윤철 부총리의 말처럼 환율 하락이 경제실상을 반영하는 것이고 곧 국가신용등급이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면 저가 물량 수출 증대에 기댄 사고는 좀더 큰 차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말처럼 콜금리도 세계적으로 먼저 올릴 만큼의 견조한 국내 경기를 바탕으로 5월 이후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가 이뤄진다면 국내 펀더멘털은 강화될 것이다. JP모건체이스의 경우도 1/4분기 당초 전망치보다 1%포인트 높은 5.7%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고, 특히 수출과 설비투자의 전분기대비 회복률이 크다고 보고 올해 연간 성장률을 당초보다 높은 6.5%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물론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감은 아직 약하다. 지난 24일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1/4분기 경제성장률(GDP 기준)은 전분기대비 5.6%로 당초 전망치 5.8%보다 낮아졌다. 그럼에도 미국의 1/4분기 5.6% 성장은 지난 2000년 2/4분기 5.7% 성장 이래 가장 높은 것이며 소비지출이 견조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열 한 차례의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에 따른 경기전환기의 성과지만 급락 우려감은 많이 완화됐다는 점은 사실이다. 내용을 좀더 뜯어보면 내구재 소비는 전분기비 9.6% 감소해 지난 1991년 1/4분기 이래 최대 급락했고, 설비투자도 8.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완전한 자신감을 갖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그렇지만 4월들어 소매판매가 예상을 넘게 급증했고 내구재 주문도 기대치를 훨씬 상회하고 이번주 발표될 소비자신뢰지수나 주간실업동향 등 경제지표도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지난주 미국의 1/4분기 GDP 수정치가 낮아졌고 기술주 약세 전망도 있었으나 이번주는 좋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산업생산이나 수출도 호조를 보일 것이어서 펀더멘탈에 대한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 연구원은 "월드컵 이후 나쁘다는 설이 돌고 있고 있으나 경기회복력이 확인되고 있다"며 "물론 환율 급락으로 수출관련주에 대해 성급하게 매수할 필요는 없으나 저가 매수기회를 탐색하는 것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시장의 주된 논리가 희석되면서 이제나 저제나 응축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경기시각을 갖되 단기적으로는 수급이나 미국시장 동향을 면밀히 검토하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신영의 김인수 팀장은 "미국 불안이 전이되고 달러 약세 속에서 수출기대감이 적어지면서 2/4분기 경기 감소, 기업실적 둔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며 "그러나 3/4분기 이후 중장기 성장 전망에 대한 관점은 유효한 상황이어서 일단 단기적으로 수급해소가 선행되는 게 중요할 듯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