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17개월중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섰다. 달러/엔 환율과의 상관관계를 무시한 채 월말 네고요인을 반영, 고삐 풀린 모습을 연출했다. 정부의 구두개입이 있었으나 오히려 '긁어부스럼'을 만들어 놓았다. 지지선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예상을 거듭 뛰어넘는 낙폭이 시장 참가자들의 당혹감을 유발하고 있다. 장중 전 저점(1,232.50원)에 대한 테스트가 예상되는 가운데 1,220원대 진입도 사정권내에 들어서 정부와 외환당국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27일 달러/원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 금요일보다 9.40원 낮은 1,233.80원에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지난 2000년 12월 20일 1,217원 이래 가장 낮은 수준. 개장초부터 업체 네고물량의 공급 등으로 하락 궤도를 그린 환율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과 전윤철 부총리의 '입심'도 무시했다. 전 부총리는 원화 강세가 경제실상의 반영으로 거듭 진단, '속도조절용'이라는 우려감 표명과 심정적 엇갈림의 표현을 거듭했다. 오히려 달러매도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국책은행 등의 지지성 매수세는 미약했으며 공기업을 활용한 수요 진작책이 물밑에서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월말이라 큰 효과를 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고삐 풀린 환율, 지지선 무의미 = 월말임을 감안, 물량에 대한 부담감도 여전, 환율 하락세는 연장선상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부의 구두개입은 '실탄'의 사용을 배제하는 '공갈용'인 것으로 인식되면서 직접 개입이 없는 이상,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바닥이 어딘지도 모르고 예상 거래범위를 예측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발언으로 현재의 시장 심리를 대변했다.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이 시장에서 전혀 먹히지 않은 채 일방적인 달러매도가 득세하고 있음을 방증한 것. 그는 이어 "정부가 확실하게 나서지 않고 구두개입에 그쳐 달러매도를 부치긴 감이 있으며 그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전 저점 테스트여부를 일단 지켜보되 이번주 중 당국의 '본 때'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이월될 때는 크게 무겁지 않았으나 업체들이 다급하게 많이 팔면서 수급상 뒷받침이 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국책은행 등에서 3억달러 가량 물량을 흡수했으나 다시 1억이상을 처분하면서 다른 참여자들이 이를 역이용, 물량이 돌고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유사도 선물환을 이용, 많이 사놓은데다 수급불균형 해소나 강력한 개입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려운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당국도 월말이라 달러팔자가 강력한 점을 감안,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고 내일은 1,225∼1,238원으로 넓게 봐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 매수요인 부재, 달러/엔과 괴리 = 매수세가 자취를 감춘 시장에서 매도에 치우친 수급불균형이 환율 하락을 주도했다. 업체들은 월말을 앞두고 네고물량 공급에 꾸준히 나섰으며 역외세력은 NDF정산관련 롤오버성 매수세가 부진, 물량부담이 시장을 짓눌렀다. 그러나 달러/엔 환율과는 연동성이 떨어진 채 달러/원의 독자적인 행보가 이뤄지면서 엔/원 환율은 980원대로 내려섰다. 엔화에 비해 원화의 강세속도가 두드러진 영향. 지난주 말 뉴욕 증시 약세와 경제지표의 악화로 124.68엔을 기록한 달러/엔 환율은 이날 일본 재무성의 구두개입에도 불구, 125엔을 회복하지 못한 채 보합권에 정체된 흐름을 보였다. 달러/엔은 이날 일본정부의 추가 개입 경계감이 저변에 깔린 가운데 124.64∼124.95엔의 박스권에서 횡보했으며 오후 5시 15분 현재 124.80엔을 기록중이다. 미국이 전몰장병기념일로 휴장인 탓에 달러/엔의 변동은 크지 않았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42억원, 63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사흘째 주식순매수가 이어지고 있으며 시장에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 변수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지난 금요일보다 0.70원 낮은 1,242.50원에 한 주를 연 환율은 개장직후 이날 고점인 1,243.00원으로 소폭 반등한 뒤 9시 57분경 1,238.20원까지 흘러내렸다. 그러나 재경부의 구두개입으로 환율은 1,239.40원까지 되올랐으나 물량 압박에 되밀려 11시 9분경 1,237.30원까지 흘러내린 뒤 장 막판 전윤철 부총리의 '환율 하락속도 우려' 발언으로 소폭 반등, 1,283.50원으로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40원 낮은 1,238.1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지속적인 네고물량 공급으로 1시 49분경 1,236.50원으로 낮췄다. 이후 환율은 2시 23분경 1,238원까지 반등하기도 했으나 재차 반락, 4시 29분경 이날 저점인 1,233.70원까지 가라앉았다. 이날 장중 고점은 1,243.00원이며 저점은 1,233.70원으로 월중 최저치 경신은 물론, 지난해 2월 21일 1,232.50원까지 내려선 뒤 가장 낮은 수준까지 다다랐다. 환율 변동폭은 9.30원을 기逑杉?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9억46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5억7,03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2억5,000만달러, 9,600만달러가 거래됐다. 28일 기준환율은 1,237.5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