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새로 영입된 한국인 사장들이 전면에 나서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도시바미디어네트워크코리아(도시바코리아)는 최근 신라호텔에서 '출범 기념 및 월드컵 성공기원' 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이 행사에는 강경식 동부그룹 회장(전 부총리)과 이갑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윤우 삼성전자 사장,구본준 LG필립스LCD 사장 등이 대거 초대됐다. 이 자리에서 차인덕 사장은 "한·일 양국에서 월드컵이 개최되는 때에 월드컵 공식 IT파트너의 한국책임자로서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JVC코리아 후지제록스 후지필름 등 월드컵 공식후원사들도 마케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JVC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월드컵은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에게 절호의 마케팅 기회"라며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월드컵 마케팅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마일드세븐을 판매하는 JT인터내쇼날코리아는 한일교류 촉진을 호소하는 차량 스티커 10만장을 배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한국후지제록스는 일본 고객 3백여명을 한국에 초청할 계획이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일본기업들은 교과서 파동에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등으로 악화된 반일감정 조심스럽기만 했다. TV광고를 제작하고도 집행을 수개월씩 미룰 정도로 소극적이었지만 월드컵을 계기로 판이하게 다른 행보를 보이게 됐다. 일본의 경기 침체속에 한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의 인식이 달라진 것도 변화의 원인중 하나다. 아츠토시 니시다 도시바 본사 사장은 도시바코리아 행사장에서 "한국은 국민들의 뜨거운 정보통신 열기와 정부의 강력한 육성의지가 맞물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개발된 신상품이 한국에 들어오는데 6개월씩 걸리던 시간차도 차츰 좁혀지고 있다. 이명우 소니코리아 사장은 "일본 본사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신상품 출시 시차는 계속 좁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인덕 사장과 이명우 소니코리아 사장 등 의욕적인 한국인 경영자가 대표이사를 맡아 적극적인 홍보 및 마케팅전략을 펼치는 것도 변화를 앞당기는 요인이다. 일본어로 진행되던 각종 회의가 영어나 한국어로 바뀌면서 조직내 의사소통도 원활해졌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