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미국 등의 테러 우려감과 주가 약세로 상승 하루만에 반락했다. 전날 미국 금리가 하락했고 전윤철 부총리의 '수출 부진' 발언으로 하락 출발한 뒤 주가 등락에 따라 소폭 오르내렸다. 그러나 움직임은 대체적으로 박스권 안에 머물렀다. 국채 선물은 저평가폭을 줄이려는 시도로 현물보다는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104.00선의 저항선을 뚫지는 못했다. 지난주 이래 출렁이던 환율도 보합권에서 오르내려 금리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23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2002-4호 수익률은 전날보다 0.02%포인트 하락한 6.31%를 기록했다. 수익률이 6.30%로 떨어져 거래를 시작했으나 변동폭은 0.01∼0.02%포인트 안에서 종일 고정됐다. 5년 만기 국고채권 2002-5호 수익률은 0.05%포인트 내린 6.75%로 마감했다. 통안채 2년물과 1년물은 각각 0.03%포인트, 0.02%포인트 밀린 6.11%, 5.46%를 가리켰다. 국채 선물은 하루만에 반등했다. 6월물은 전날보다 0.16포인트 상승한 103.94로 거래를 마쳤다. 정산가는 103.96를 가리켰다. 거래량은 5만257계약으로 전날의 7만7,016계약보다 줄었다. 선물은 한때 104.00까지 상승했으나 대기매물에 밀려 상승폭을 좁혔다. 국채선물 시장에서 은행이 3,374계약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2,818계약 순매수했다. ◆ 방향 찾기 이어질 듯 = 이날 채권시장 입장에서는 호재가 적잖게 나왔다. 먼저 전윤철 경제부총리는 한경밀레니엄포럼 연설에서 "세계 경제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고 수출은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며 향후 경제를 낙관하지만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전 부총리는 "원화 절상 속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환율은 국가의 펀더멘털에 달린 것"이라며 달러/원 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급격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또 테러로 의심되는 사건이 나라 밖에서 일어나 안전자산인 재무부채권 금리 하락을 기대하게 했다. 미국 뉴올리언즈의 루이암스트롱 국제공항에서 터번을 쓴 남자가 한 여인에게 총을 쏘는 사건이 일어났으며 프랑스 파리에 있는 이스라엘 대사관에 불이 났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주가는 프로그램 매도가 대량 출회돼 큰 폭 하락했다. D램값 하락 등 악재가 겹쳐 종합주가지수는 2.03%, 코스닥지수는 2.44% 급락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에도 불구하고 금리 하락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 전날 예상을 상회하는 국내총생산(GDP) 발표로 상승했던 것을 되돌리지는 수준에 불과했다. 3년 만기 국고 2002-4호 수익률은 6.30%선에 강한 벽이 세워진 듯한 모습이었다. ◆ 국내외 경기 혼조, 방향 설정 안돼 = 시장 참가자들은 경기 불확실성으로 향후 금리방향을 자신있게 설정하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국내외 경제 지표는 뚜렷한 변곡점을 형성하지 못했다. 1/4분기 GDP는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지만 최근 4월 소비자 기대지수는 7개월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최근 수출은 두자리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급격한 원화가치 상승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산업생산도 최근 휴대폰과 PC판매가 급감한 것을 볼 때 빠른 증가세가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분위기다. 미국에서도 경제 지표가 혼조세를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2주 동안 발표된 경제 지표를 살피면 소매판매와 소비자신뢰지수는 호조를 보였지만 경기선행지수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따라서 시장 관계자들은 궁극적으로 경기 방향이 설정되지 않는 한 금리가 박스권 움직임을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교보투신운용의 임상엽 과장은 "경기 전망이 불확실해 적극적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호재가 많았지만 금리는 그만큼 하락하지 않는 것은 시장 참가자들이 금리가 조금씩 하락하다 언제라도 용수철처럼 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