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3일 "과거 대기업을 호령했던 `왕회장 시대'는 갔다"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시장의 힘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날 능률협회가 하얏트호텔에서 개최한 조찬간담회에서 `한국기업의과거.현재.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과거에는 왕회장들이 기업의 온갖 일에 간섭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았다"며 "시장에서 유통되거나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기업 지분이 높아져 왕회장이 권위를 발휘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대주주의 위상을 좌우할 정도로 힘이 커졌기 때문에 가장 확실하고 좋은 시장기능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시장기능을 놔두고사외이사제 등 일부 국가에서 용도폐기한 제도를 도입해야 할 필요가 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기업지배구조와 관련, "사주가 뒤에서 경영을 간섭하면서 명목상의 사장은 문제가 생겼을 때 대신 감옥에 가거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구속용 대표이사'로 전락시키는 일도 하루 빨리 없애고 전문경영인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문경영인이라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방종하도록 해서는 안되고 주주 등이 전문경영인과 목표 등에 대한 명백한 계약을 맺고 그 범위 안에서 활동하도록 하되 목표를 달성하면 충분한 보상을 주고 그렇지 못하면 가차없이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와함께 정부에 대해 "신제품을 만들 생각하지 말고 구제품을 그대로 팔아야 한다"며 기존의 경제정책을 유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특히 "현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개혁이 미흡했고 규제개혁 역시 피부로 느낄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다음 정부에서도 이 과제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면서 "지금부터 누군가가 차기 정부에서 규제개혁 등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미리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기업인들이 2세에게 기업을 넘겨줄 욕심을 갖고 있어 지분율에신경쓸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돈을 지분 높이는 데 쓰다보니 부채도 많아진다"며 "우리기업의 재무구조와 대주주의 지분율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밀접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이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회장은 이날 강연에도 한 기업이 시작하면 다른 기업들이 우루루 쫓아가는 `들쥐떼 습성'이나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데도 뚜렷한 근거없이 2-3년, 또는 몇개월고생하면 좋아져 하키스틱과 같은 수익곡선을 그리겠지 하는 `하키스틱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등의 평소 소신을 거듭 밝히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