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옥 빨아먹는 맛에 취한다" .. '유명 게요리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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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대게는 분명 5월부터 못 잡게 되어있다.
그런데 시중의 대게 전문점은 물론이고 웬만한 횟집에서도 영덕대게를 내놓는다.
어찌된 일인지 알아보니 러시아게 북한게 일본게가 영덕대게의 대역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금어기를 설정해도 갈수록 어획량이 줄어드는데 이웃나라들은 금어기도 없을뿐더러 수출까지 할 정도로 게가 남아돈다니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느낌이다.
금어기가 아니라도 국내산 대게는 귀하다.
산지에 가봐도 수입 대게가 더 많다.
멸종직전이라고 단언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자업자득이라고 봐야 한다.
대게로 먹고산다는 현지 사람들마저 속칭 빵게까지 마구 먹어치운 결과이다.
빵게는 난소의 맛이 일품이지만 번식을 위해 절대로 잡으면 안되는 대게 암컷이다.
각종 게 전문점을 알아본다.
왕돌잠(광화문 서울경찰청옆.02-738-3331)=왕돌잠이란 강구와 울진사이 바다속의 대게 서식지를 말한다.
바닥이 암석군으로 이루어져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거기서 자란 대게가 맛이 뛰어나 왕돌잠을 상호로 정했다고 한다.
그런 왕돌잠에서도 금어기인 요즘은 일본산 대게를 쓰고 있다.
일본산은 비싸긴 하지만 국내산 대게와 맛이 가장 비슷하다.
러시아산은 값도 싸고 맛도 차이가 난다는데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구별이 어렵다.
북한산은 그 중간 정도라고 한다.
이 집은 대게 코스요리 전문이다.
게전 그라탕 사시미 찜 샤브샤브 등 여러가지 요리가 세가지 가격대에 맞춰 코스로 나온다.
음식이 정갈한 편이다.
바닷가재와 가리비(신길동 해군회관앞.02-843-3594)=바닷가재가 지금처럼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바닷가재를 요리해주던 집이다.
상호 그대로 바닷가재와 가리비만 팔았었는데 최근에 메뉴가 한 가지 추가되었다.
왕게라고도 불리는 킹크랩 그것도 생물 킹크랩이다.
큰놈은 대게의 서너 배쯤된다.
63빌딩 수족관이라면 모를까 음식점 수족관에 있기는 아까운 놈이다.
가격은 kg당 6만원이니 너댓명이 먹을만한 3kg짜리 한 마리라면 20만원선이다.
서민들이 맛보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 대부분 값만 물어보고 결행을 못한다.
필자도 결국 못 먹었다.
생물 킹크랩을 시식해본 사람의 말을 빌면 다리살은 대게보다 낫고 장은 대게만 못하다고 한다.
수입 킹크랩은 돈만 있으면 먹을 수 있다지만 예전에 동해에서 잡혔다는 지금은 멸종된 국내산 왕게의 맛은 영원히 되살릴 수 없는 것 같다.
해송(인천 송도.032-832-0024)=꽃게찜 전문이다.
단순할 것 같은 꽃게찜에도 잘하고 못하고의 기술차이가 있다.
꽃게를 찔 때 물 한방울 안 넣는 게 이 집만의 노하우다.
꽃게찜 한 마리와 꽃게매운탕을 곁들인 식사가 3만7천원.한끼 식사로는 싼 편이 아니나 천정부지인 꽃게값을 생각하면 비싸다고 할 수만도 없다.
게다가 각종 젓갈과 장아찌 등 20가지가 넘는 반찬이 맛깔스럽고 2년 묵은 김치가 있어 게알을 싸먹게 해준다.
꽃게값이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이유는 적게 잡히기 때문일 것이다.
대게는 귀해도 꽃게는 흔했었는데 이제는 꽃게도 수입에 많이 의존한다.
꽃게를 그물로 올리는 광경을 보면 이해가 간다.
꽃게보다 쓰레기가 더 많다.
연근해 바다속이 꽃게가 많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절대 아닌 탓이다.
게다가 새끼 꽃게라도 절대 놓아주는 법이 없다.
이대로 가다간 국산 꽃게는 전부 멸종하고 시화호 꽃게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지도 모를 일이다.
/최진섭.맛칼럼니스트.MBC TV 찾아라!맛있는 TV 책임PD (choijs@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