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4:32
수정2006.04.02 14:34
노년에 들면 삶의 희비극 모두 겪어 그 신산함이 얼굴 표정에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유독 스님들만은 천진한 눈망울로 속인들의 마음을 밝게 한다.
노승의 맑은 눈동자는 수십년간 수행해온 정신의 사리 같은 것일 터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한국경제신문에 연재됐던 서화동 문화부 기자의 선지식 인터뷰가 한권의 책으로 묶여져 나왔다.
'산중에서 길을 물었더니-우리시대 큰스님 33인과의 만남'(은행나무,3백50쪽,1만5천원).극악극독심(極惡極毒心)으로 출가,절집 좌복 위에서 쓰러질 각오로 정진했던 스님들의 이야기와 가르침이 담겨 있다.
"밥 광주리 놓고 굶어 죽으려는 중생들아,제발 이 차려놓은 밥 좀 먹고 가라"는 스님들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한번 참으면 길이 낙이 된다'는 말씀을 몰라서 못 지키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범인들은 알면서도 참지 못하고 성을 낸다.
"세상살이 호흡지간의 일입니다.
몸은 촛불 같아서 대궁이 타면 불이 꺼집니다.
태어나고 죽는 일을 옷 갈아입듯 하세요."(고송 스님) 찰나의 인생에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인허 스님은 만족을 아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추구하는 물질적 행복이란 추한 것이어서 높은 곳에서 보면 구더기 들끓는 오물과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스님들은 젊은 시절 밥먹을 때 이외엔 입을 열지 않았던 일이며 수행하다 반신불수됐던 일을 회상한다.
참선할 때는 화두를 연인 그리워하듯 하루 24시간 떠올리라는 말도 덧붙인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스님은 성수 서암 법전 숭산 청화 고산 월운 서옹 천룡 지관 원명 활안 원응 등.비구니 광우 보각 스님 말씀도 들어 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