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자신이 '준비된 후보'임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특히 경제, 남북, 교육문제 등은 제한시간을 크게 초과하면서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혀 토론자들로부터 "줄줄이 답변하시는 걸 보니 공부 많이 하셨네요"라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 이 후보는 먼저 성장과 분배의 우선순위와 관련, '분배'쪽에 무게를 두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후보는 "돈 없으면 분배가 어디 있나"라면서 "성장이 지속되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그러면서 복지로 흘러간다"며 '성장' 중시형 경제관을 분명히 밝혔다. 이 후보는 또 경제공약이 재벌편향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기업을 봐주는 정책이라고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응수한 후 "대기업의 수익이 사회에 분배되기 때문에 근로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특히 남북문제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자세히 밝혀 주목을 끌었다. 그는 "북으로 하여금 '남이 경제를 주면 북은 평화를 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인식시켜야 한다"며 남북교류에서 '상호주의'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어 "6.15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상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바탕으로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는 조항(2항)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토론자들이 이를 집중 추궁하며 문제삼자 "'폐기'라는 용어는 오만하게 보이니까 '짚고 넘어가야 한다'로 고쳐달라"고 한발 빼기도 했다. 최근 서민적 이미지를 부쩍 강조하는 이 후보는 이 날도 "이회창을 귀족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전혀 맞지 않다. 그러나 귀족으로 보인 측면이 있었다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몸을 낮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