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Nano-Tech)이 닷컴 열풍이 사그라든 미국 기업들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기업들의 연구소는 물론 '나노'라는 이름을 붙인 창업기업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닷컴이나 생명공학으로 향하던 정부지원 및 벤처캐피털 자금이 이곳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미국 전국과학재단(NSF)은 내년 나노기술개발예산으로 2억2천1백만달러를 책정했으나 이달초 의회심의에서 2억3천8백만달러로 8% 증액했다. 미 의회는 오는 2005년까지 매년 15% 예산을 늘려 5년내 나노관련 예산을 지금의 두배로 증액키로 결정했다. 미국의 대표적 벤처캐피털 '드레이퍼,피셔 주베트슨'의 스티브 주베트슨 파트너는 "나노기술은 바로 다음에 진행될 거대한 기술의 물결이자 산업혁명"이라며 "상당한 벤처자금이 이곳으로 이동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나노기술을 응용,앞으로 2년내 고밀도 컴퓨터칩 N램을 상품화할 계획인 난테로(Nantero)는 최근 6백만달러의 벤처캐피털 자금을 유치했고,나노테크모니터를 개발중인 느테라(Ntera)란 창업회사도 7백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실리콘밸리의 나노기술 애널리스트인 조지 그레이스는 "새로운 혁명적인 기술이 등장할 때면 컴퓨터분야의 마이크로소프트나 생명공학의 암젠같은 초대형 신기술업체의 출현이 불가피하다"며 "벤처캐피털들도 이를 겨냥,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창간된 '나노테크놀로지 리포트'란 나노업계 소식지는 "올 들어 나노기술이라는 단어가 99년보다 10배이상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며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이같은 거대한 나노기술혁명은 지금까지 개발됐던 모든 현대적 제조방법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물론 일부 학자들은 "나노기술이 아직 확실하게 검증된 것이 없다"며 "또다른 거품을 야기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견제시들이 '나노기술붐'이란 최근의 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분위기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 [ 용어풀이 ] 나노기술=10억분의 1m인 나노미터(nm)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초미세 분야를 다루는 기술. 아주 작은 원자와 분자를 움직여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기존의 연구방식과는 다르다. 지난 10여년간 물리 화학등 기초분야는 물론 의학 IT(첨단기술)까지 거의 전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고 이제는 상당부분 실용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