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현직 대통령관계는 전통적으로 대립관계가 아니라 상호협력 보완관계라 할 수 있다. 당파를 초월해 대부분 현직 대통령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깍듯할 뿐 아니라 국가 중대사가 발생했을 경우, 전직 대통령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등 국민에게 모범적인 언동을 보이고 있다. 물론 정치적 보복이나 견제도 거의 없는 편이다. 공화당 출신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9.11 테러 참사 희생자를 위한 거국적인 추모 예배에 민주당 출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초청하면서 대통령 전용기를 보낸 것도 전직 예우에 대한 한 예에 속한다. 필요할 경우, 현직 대통령이 정중한 예의를 갖춰 전직 대통령에게 미국 특사자격으로 외교중재역을 맡아줄 것을 당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20일 백악관 연설을 통해 최근 쿠바를 다녀온 지미 카터전 대통령의 대(對)쿠바 무역제재 해제요구를 정면 일축해 미국-쿠바 관계가 워싱턴 정가의 새 쟁점으로 부각됐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민주당출신 카터 전대통령이 미국 전.현직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쿠바를 방문해 지난 40년간 견지해온 쿠바에 대한 무역제재 해제 건의를 전제조건을 걸어 한마디로 일축했다. 부시 대통령은 민주화를 전제로 한 정치.경제 제반분야의 개혁없이 피델 카스트로 체제에 대한 여행규제와 무역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백악관 당국은 카스트로 의장 초청으로 카터 전대통령이 지난 12일 역사적인 쿠바 방문을 단행하자 카터 전대통령을 "인권수호자"라고 추켜세운 뒤 카스트로 의장에 대해서는 "세계 최후의 압제자"라고 폄하하고 이른바 인권수호자의 압제자 방문을 대비시켜 불편한 심기를 노정했다. 부시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 개발확산을 겨냥해 북한을 포함하여 이라크와 이란을 "악의 축"이라고 지칭하고 강경기조를 견지하면서 미국의 옆마당인 쿠바에 대해서도 중남미의 마지막 남은 독재전제체제라고 비난함으로써 카스트로 의장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보였다. 부시 대통령의 이 나라들에 대한 정책기조는 신뢰할만한 민주화의 개혁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한 '힘의 부시외교'를 결코 누그러뜨릴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힘이 아닌 말로는 이들 나라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자신의 보수우익 강경노선을 이번에도 그대로 드러내 보인 셈이다. `부시 왕가'의 적자인 43대 부시 대통령과 자수성가의 전형인 39대 인권대통령카터 전 대통령 간에는 공통점을 찾는 것보다 차이점을 찾기가 훨씬 쉬울 정도로 대조적이다. 이 두 사람은 쿠바관계 개선이라는 쟁점을 놓고도 정책접근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 특파원 ssk@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