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弗 1250원대...가파른 하락] 속도조절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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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환율의 하락(원화 강세)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미국의 무역과 재정 등 '쌍둥이 적자' 를 감안하면 당분간 이같은 하락 기조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정부는 일단 1천2백50원선은 지켜내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20일 외환시장에서 △구두 시장개입 △외평채 5천억원 발행 △국책은행 달러 매입 등 '속도조절'에 애쓰는 모습이었다.
엔화와 원화 환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어 아직까지 수출에 치명타는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당초 올 상반기중 환율을 1천2백80∼1천3백원 안팎으로 잡고 경영계획을 짰던 기업들은 이미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 왜 하락하나 =대내외 외환시장의 움직임은 한마디로 '미 달러화 약세'로 요약된다.
무엇보다 지난 90년대초 이후 사라졌던 재정.무역수지 동시 적자가 재현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다.
여기에다 국내 수급면에서도 외국인들이 환율 하락세에도 불구, 주식 순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고 국내 기업들도 보유달러를 환율 반등 때마다 시장에 풀어놓고 있는 양상이다.
그동안 국내 정책 당국자들의 모호한 태도도 시장에선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 너무 빠른 것이 문제 =국내 경제여건이 개선될수록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최근의 원화 환율 하락세가 너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화 환율은 지난달 12일 연중 최고치에 비해 80원 가까이 급락했다.
원화가치가 한달여 만에 6.3% 절상돼 엔화(5.0%)보다 폭이 가파르다.
대만 싱가포르 등 경쟁국 환율 하락폭은 원화보다 작았다.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는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다.
환리스크에 노출 정도가 심한 국내 기업들엔 단기간의 환율 급락이 실제 하락폭보다 체감적으로 훨씬 큰 어려움을 주게 마련이다.
◆ 어디까지 떨어질까 =외환 당국은 작년 4월초 직접 시장에서 10억달러 이상 달러를 사들였던 때에 비하면 '환율방어'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미국경기 불안과 달러화 약세에서 비롯된 환율 하락 추세를 인위적으로 돌려 놓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기 때문.
시장에서는 재정경제부의 외평채 발행, 국책은행의 달러 매수 등에 비춰 외환당국이 1천2백50원선에서 1차 방어선을 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일본 재무성의 구로다 재무관이 구두 개입에 나섰으나 시장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내일(21일) 새벽 뉴욕시장에서 엔화 환율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외평채로 충분한 실탄(약 15억달러)을 확보하고 출전 채비를 갖췄다는 얘기다.
이응백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일본이 엔고(高)에 따른 디플레 효과 때문에 엔화 환율을 달러당 1백20∼1백25엔 이하로 방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엔화 강세에 따른 원화 환율 하락 압력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엔화 움직임에 따라 일시적으로 1천2백50원선이 무너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시각이다.
◆ 대책은 없나 =외환당국의 직접 개입은 대체로 환율 방어라는 효과보다 통화증발 등 부작용이 더 크게 마련이다.
더욱이 하반기 물가 불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한은이 전선을 넓히는 데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달러 매입을 통한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차선책으로 외화부채 상환을 앞당긴다든지, 외자도입 시기를 늦춰 달러 유입을 최대한 줄이고 일정 규모의 외평채 발행을 통해 원.엔 환율이 적정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 외환당국이 이같은 대책을 미루다 실기하지 않고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써야 한다고 외환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오형규 기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