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귀포에서 한국과 사상 첫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를 갖는 잉글랜드는 현재의 축구 규칙과 경기 방식을 확립시킨 '축구 종주국'이다. 1863년 축구협회(FA)가 창설되고 1888년 프로리그가 출범한 잉글랜드는 하지만 종주국의 자존심을 내세우다 1904년 창설된 국제축구연맹(FIFA)과 잦은 갈등을 빚었고 월드컵에서의 성적도 초라했다. 자국에서 열린 66년 대회에서만 우승했고 이후에는 90년 대회 4강 진출이 최고다. 94년 대회에서 지역 예선 탈락, 98년 대회 16강 진출 좌절을 겪은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 지역 예선 첫 두 경기에서 승리를 기록하지 못하던 2000년 말 마지막 자존심까지 내던지기에 이르렀다. 스웨덴 출신의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을 영입해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 하지만 이후 잉글랜드는 독일을 5-1로 격파하는 등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결국 데이비드 베컴의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그리스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조 1위로 지역 예선을 통과했다. 5월 현재 FIFA 랭킹은 12위. 잉글랜드를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까지 꼽는 이유는 '프리킥의 마술사' 베컴과 '골든 보이' 마이클 오언의 존재 때문이다. 대표팀 주장도 맡고 있는 베컴은 현재 발 부상 중이어서 한국과의 평가전에서는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안타깝게 볼 수 없지만 본선 개막 전까지는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98년프랑스월드컵이 낳은 최고의 샛별 오언은 지난해 9월 독일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잉글랜드 공격의 핵으로 자리잡았고 이번 대회 강력한 득점왕으로도 꼽히고 있다. 이들 외에도 에밀 헤스키와 솔 캠블, 애슐리 콜 등 주전 대부분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어 한국은 한 차원 높은 수준의 팀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