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8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동 5.18 신묘역에서 열린 5.18 제22주기 기념식은 그날의 아픔을 되새기듯 잔뜩 흐린 날씨 속에 진행됐다. 매년 5월이면 묘역을 방문하는 참배객들을 환하게 맞아주던 주변 이팝나무들도 올해는 잦은 비로 일찍 시들었고 인근 야산의 뻐꾸기 소리가 유족들의 슬픔을 더했다. 0...기념식에는 여야 정치인과 민주당 광주.전남지역 광역.기초단체장 및 의원 후보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서청원 대표 최고위원을 비롯 이규택 원내총무, 이부영 의원 등이, 민주당에서는 한화갑 대표와 김민석 서울시장 후보, 정동채, 임종석, 정범구 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감기몸살로 방문일정을 취소해 모습을 보이지 않자 미처 소식을 모른 지지자들과 일부 행사 관계자들이 확인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5.18 이전에 묘역을 참배해 이번에는 방문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기념식이 끝난 뒤 두 당 대표들이 따로따로 묘역을 순례하는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은 "아무리 적대관계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5.18묘역에서는 정당과 지역을 떠나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0...이날 기념식은 경찰의 경비도 삼엄했다. 3부 요인 중 한 사람인 국무총리와 여야 대표가 참석하기도 했지만 한 5월단체 회원들이 '지난 2000년 가짜 보상자 사건 때 검찰의 강압수사로 진짜 보상을 받아야할 사람이 가짜가 됐다'고 항의하며 회원 가운데 1명이 기념식 때 분신자살을 기도할 수도 있다는 정보를 경찰이 사전 입수했기 때문. 유족들과 시민들은 "경건해야 할 5.18묘역에서 경비가 너무 삼엄해 거부감이 들었다"고 한마디씩. 0...기념식이 진행되는 동안 5.18묘역 민주의 문 옆에서는 사단법인 한국아마추어 무선연맹(HAM) 광주지부 회원들이 기념식 실황을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등 전세계에 생중계했다. 이날 이동 공개 중계소를 운영한 조용철(47)씨는 5.18부상자회 회원으로 80년 5월 당시 탱크 옆에서 내의 차림으로 손을 머리에 얹고 계엄군의 위협을 받고 있던 사진속의 주인공. 조씨는 "유공자법이 통과됐지만 그날의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다"면서 "유공자 등급을 매기는 과정에서 진실이 왜곡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0...묘역 입구에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소속 회원들이 `5.18 왜곡, 지역감정 조장하는 C일보 구독 거부'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어 눈길. 또 광주지역 남녀고교 학생 회장단 100여명과 `제5회 전국 대학생 초청 5.18 성지순례' 참석차 전국에서 모인 대학생 100여명도 이날 기념식장을 방문해 5월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5월 정신계승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0...초청인사들이 묘역을 순례하는 동안 유족들은 묘지 앞에서 아들과 딸을 잃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고 여야 정치인들은 일일이 그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특히 행불자회 김정기 회장은 한화갑 민주당 대표에게 "정부가 5.18 행불자들에 대해서는 방치하고 있다"면서 "시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광주=연합뉴스) 남현호 기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