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고립무원에 빠졌다. 올들어 부쩍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는 미국에 대해 세계가 등을 돌리고 있기때문이다. 16일 파리에서 폐막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각료 이사회는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세계무역기구(WTO)가 이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조치는 무차별적이다. 겉으로는 자유무역을 외치면서도 품목은 물론 상대도 가리지 않고 보호무역조치를 남발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철강 관세부과조치다. 미국은 지난 3월 한국을 포함한 외국산 철강에 대해 최고 30%의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20년래 미국이 취한 가장 보호무역적인 조치였다(영국 이코노미스트지). 각국이 거세게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WTO에 제소한 데 이어 미국이 철강관세 부과를 철회하지 않으면 오는 6월18일부터 각각 3억3천만달러,4백88만달러에 이르는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포했다. 한국도 보복관세 부과를 검토중이다. 그러나 미국의 보호무역조치는 계속됐다. 지난 13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농업보조금 확대법안이 그것이다. 미 정부가 10년간 농업 관련 지출을 1천억달러로 늘린다는 게 골자다. EU 캐나다 브라질 호주 뉴질랜드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해외판매법인 면세법'도 보호무역조치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기업이 해외법인을 통해 수출할 때 면세혜택을 주는 이 법안은 올해초 WTO로부터 규정위반이란 판결을 받았다. EU는 이와 관련,최고 40억달러에 달하는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WTO는 오는 6월17일 EU가 얼마정도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를 발표한다. 부시 행정부는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물러섰지만 의회는 WTO가 특정국가의 내국세까지 변화시킬 수 없다며 강경자세를 굽히지 않고있어 결과는 불투명하다. 미국이 이달초 캐나다산 목재에 대해 최고 29%의 수입관세를 부과한 것은 경제 동맹국에까지 보호무역의 장벽을 둘러친 대표적 사례다. 캐나다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회원국이란 이유로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국에서는 제외됐었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는 쉽사리 후퇴하지 않을 전망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지난 대선때 민주당이 철강산업에 대한 특별보호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공화당의 부시를 밀었다. 부시는 보답해야 했고 이것이 고율의 철강수입관세 부과로 이어졌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