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업기술 수준은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에 비해 평균 10∼30%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기술격차로 환산하면 4.5년 정도 우월하다. 하지만 중국은 비철금속 광응용기기 세라믹재료 등의 분야에서 한국에 근접한 기술수준을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오히려 한국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이 중국보다 20% 이상 기술수준이 앞선 산업은 반도체 컴퓨터.주변기기 소프트웨어 영상.게임 광네트워크통신 이동통신단말기 등으로 정보기술(IT) 분야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IT 분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육성계획에서 알수 있듯 이들 분야에서도 기술 추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지금까지 걸어온 기술궤적과 속도를 뛰어 넘어 급성장할 가능성도 높다. ◆ 주목해야 할 기술흡수 전략 =중국은 이런 추격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도 지적하고 있듯이 가장 두려운 것은 중국의 강력한 '기술흡수 전략'이다. 외국 기업의 기술이전을 전제로 투자를 받아들이는 중국 정부의 정책을 보면 그들의 속셈이 한눈에 들여다 보인다. 한국이 앞서 있다는 IT분야만 봐도 그렇다. 미국과 유럽이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술표준 게임에서 중국은 자국 시장을 지렛대 삼아 최대한 기술을 흡수하고 있다. ◆ 해외 기술자 유치에도 적극적 =외국의 우수 기술자에 대한 적극적인 유치활동과 대대적인 해외기술 연수전략도 눈여겨 봐야 한다. 중국은 매년 10만여명에 이르는 외국인 기술자를 자국으로 데려와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동시에 자국 기술자를 매년 2만3천명씩 외국에 내보내는 등 2010년까지 약 30만명을 훈련시킬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중국 정부가 급증하는 해외 유학생을 대상으로 귀국을 위한 유인책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매년 4만여명에 달하는 해외 유학생 가운데 1만여명이 귀국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약 75%가 이공계 계열로 알려졌다. 중국은 유학생 귀국시 주택을 우선 배정해 주고 직장 선택권도 부여하고 있다. 연봉도 1백% 올려준다. 이밖에 '귀국 유학생 과학기술 연구비 지원규정'을 만들어 유학기간이 3년 이상이고 45세 이하인 박사학위 소지자에게 연구비를 별도로 지원한다. ◆ 기세 싸움에서 밀리는 한국 =이에 비해 한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기술인력 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신산업.신기술 분야는 물론 전통 기간산업 분야도 기술인력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이번 조사를 수행한 산업기술평가원의 우창화 본부장은 "우리가 특히 인력문제에 잘못 대처하면 중국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한국을 추월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안현실 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