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터져나온 성직자의 성추문과 건강문제로 시달리고 있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오는 18일로 82회 생일을 맞는다. 일부 급진파 성직자들이 새 교황이 취임해 가톨릭 성직자에 대한 엄격한 계율을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는 있으나, 교황 자신을 비롯해 로마 교황청은 은퇴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82회 생일을 사흘 앞둔 15일 수요일 공식접견행사에서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로부터 생일 축하를 받고 "예수 그리스도가 부여한 성직의임무를 충실히 계속하라는 여러분들의 정신적 지지를 믿는다"고 말했다. 교황청 관계자들도 24년간 재위하고 있는 요한 바오로 2세가 사임할 의사가 없음을 자주 말해 왔다. 24년 연속 재위 기록은 1800년 이래 최장기간이다. 교회법은교황의 사임을 허용하고 있으나, 이를 강제하는 조항은 없다. 그러나 교황은 옛날 로마의 4륜 마차 같은 이동식 의자에 앉아 수행원들이 바짝붙어 보조를 하는 가운데 힘겹게 겨우 연설문을 읽어내려갈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파키슨병에다 무릎 관절을 앓아 몇계단을 오를 때에도 수행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바티칸측은 교황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공개석상에서는 옛 4륜 마차 같은 이동식 의자를 이용해 임시변통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다. 지난 5일 헬기편으로 로마에서 아스키아 섬에 도착한 요한 바오로 2세는 방탄유리가 둘러쳐진 전용차량에 탑승했으나 일어서서 군중들에게 팔을 흔들어보이는 관례와는 달리 좌석에 앉아 약하게 손만 흔들어 건강이 예전같지 않음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이 섬의 젊은이들이 1m 길이의 생일 케이크를 선물하자 갑자기 기운을 차리면서 "이것을 먹기 위해서는 상당히 젊은 식욕을 가져야 되겠군요"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교황사임 압력에는 자유주의적 성향의 성직자들을 비롯해 일부 보수주의적 성직자들도 포함됐다는 주장도 있다. 교황과 함께 책을 내기도 했던 이탈리아의 종교문제 전문가인 비토리오 메소리는 최근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회견에서 일부 보수 성직자들도새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지난 수세기 가톨릭 신자들이 행한 잘못된 일을 사죄하는등 교황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위중 교황직을 사퇴한 경우는 1294년 첼레스티노 5세의 사례가 있다. 한편 요한 바오로 2세는 오는 22일 불가리아와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하는데 이어여름에는 캐나다와 멕시코, 과테말라, 폴란드 등을 찾을 예정이다. (바티칸시티 AP=연합뉴스)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