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의 보수와 진보. 상반된 음악세계를 펼쳐온 세계 정상의 피아니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가 잇달아 한국을 방문한다. 30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연주회를 갖는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는 바흐 스페셜리스트다. 바흐는 클래식 음악의 중심. 머레이 페라이어는 또다른 바흐 전문가 글렌 굴드와 사뭇 다르다. 글렌 굴드는 악보를 거의 무시한채 파격적인 해석을 제시하지만 페라이어는 악보에 충실한 "보수적인"연주를 들려준다. 또박또박 한 음 한 음 짚어내는 페라이어의 바흐는 종교적이다. 성서 읽기로 치면 율법주의자에 가까운 뉘앙스를 풍긴다. 머레이 페라이어의 터치는 일견 서정적으로 느껴지나 지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양자가 균형을 이루어 우아하고 달콤하다. 페라이어는 첫 내한연주회에서 쇼팽의 발라드와 마주르카,에튀드 등을 연주한다. 쇼팽은 흔히 구조성이 결여돼있다는 평을 듣지만 바흐만큼 형식미를 중시했다. 쇼팽이 상드와 도피행각을 벌일때 지니고 갔던 단 하나의 악보도 바흐의 "평균율"이었다고 한다. 머레이 페라이어는 원래 슈베르트 쇼팽 등 고전.낭만 음악을 주로 연주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 손가락 수술을 받고 피아노를 치지 못하는 동안 바흐에 빠져 이후 바흐의 "영국모음곡""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잇따라 출반했다. 바흐로부터 음악적 희망을 발견,재기에 성공한 페라이어는 최근 지휘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02)1588-1555 6월 8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젤 케네디는 "클래식계의 이단아"다. 스킨헤드족을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턱시도를 거부하는 무대 매너. 뉴욕 줄리어드 음대에서 도로시 딜레이를 사사한 정통 클래식 연주자이면서도 지미 핸드릭스의 음악을 편곡해서 연주했다. 케네디는 경건하고 근엄한 음악계를 뒤흔든 "앙팡테리블"이지만 음악세계 또한 견고하다. 그는 일반적인 통념을 깬 새로운 해석을 통해 스스로 예술적 자생력을 높여왔다. 한마디로 의식있는 "똑똑한"연주자라 할수 있다. 케네디가 엘가의 바이올린 협주곡처럼 까다로운 곡을 연주할때면 그가 얼마나 클래식 음악의 전통을 꿰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이번에 연주할 곡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와 비발디의 사계. 도전적이고 신념에 찬 반항아가 고전 중의 고전을 어떻게 연주할지 자못 궁금하다. 비발디의 사계는 색채감이 요구되는 곡으로 케네디의 녹음이 유럽에서 베스트셀러되기도 했다. (02)501-5330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