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관화 장세로" 국내 기관들이 올들어 주식시장 참여강도를 바짝 높이고 있다.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지난해와는 1백80도 바뀐 모습이다. 기관들의 시장참여가 활발해지면서 기관의 장세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9.11 테러 사태"이후 국내 증시 반등세가 외국인에 의해 이끌어졌다면 올들어 종합주가지수 930선 돌파에는 투신권을 중심으로 하는 기관의 힘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올들어 기관들이 과감히 시장공략에 나설 수 있는 배경은 "실탄"이 풍부해졌다는 점이다. 증시 활황세로 간접투자 상품인 주식형 펀드에 뭉치돈이 몰리면서 투신권의 매수기반도 탄탄해졌다. 전문가들은 "기관화 장세가 뚜렷해지면서 외국인의 움직임에 웃고 우는 한국 증시의 비애도 상당폭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 "향후 시장반등세때 기관의 역할이 커졌음을 감안해 지수 조정때 간접상품에 가입하거나 기관 선호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시 꽃피는 기관화 장세=작년 "9.11 테러"로 460대로 수직낙하한 종합주가지수를 끌어 올린 것은 외국인 순매수였다. 외국인들은 테러 직후 미국내의 환매요구에 대비하기 위한 주식처분으로 9월에만 순매도(50억원)를 보였을 뿐 이후엔 거칠 것없이 주식을 사들였다. 10월 1백39억원,11월 1백62억원,12월 34억원 등 작년 4.4분기를 매수우위로 일관했다. 당시 시장의 활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어서 외국인 순매수는 적은 규모에도 상당한 부양효과를 냈다. 그러나 올들어선 사정이 달라졌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등을 중심으로 시세차익을 실현하면서 대규모 순매도로 돌아섰다. 3월엔 1조1천억원,4월엔 1조4천억원대를 기록하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반면 국내 기관들은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2월 1조3백여억원 순매수로 외국인의 공백을 메웠고 3월에도 1조 가까운 매수우위를 나타내며 외국인 매물을 소화했다. 기관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 배경은 간단하다. "실탄"이 든든해졌다는 점이다. 한국투신의 경우 지난 1월말께 설정된 그랜드슬램펀드는 2월말 7백31억원,3월말 2천12억원,4월말 3천2백50억원으로 솟구쳤다. 투신권 전체의 순수 주식형 수탁고 추이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1월말 6조8천억원대에서 3월말에는 9조1천억원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5월 3일 현재는 9조3천억원대에 달한다. 탄탄한 장세버팀목 기대=기관화장세의 색깔이 짙어짐에 따라 기관들의 장세 지지역할도 기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주가는 수급,특히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에 의해 형성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업의 외형 증가세나 수익성 등의 펀더멘털보다는 외국인의 "사자"와" "팔자"가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외국인의 시각이 주가를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되는 왜곡된 가격구조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바이 코리아"이후 최근 다시 불붙고 있는 기관들의 "사자"는 가격결정 메카니즘을 상당폭 바로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의 달라진 태도도 기관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투신권은 수익률이 하락하면 처분하는 "로스컷"이나 일정 수익률을 달성하면 해제하는 "스팟펀드"를 강조했다. 이런 펀드들은 주가등락에 따라 단기에 환매될 수 있어 시장에는 물량요인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올들어선 긍정적인 징후들이 나타났다. 운용사들은 대부분 장기 대형화 펀드를 집중적으로 내놓고 있다. 운용기간이 긴 만큼 시장에선 탄탄한 매수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다른 긍정인 변화는 투자자들의 "후행성 간접투자"증세가 많이 개선됐다는 점이다. 지난달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을 웃돌면 주식형펀드 수탁고가 줄고 900선을 밑돌면 자금이 다시 유입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바꿔 말하면 단기 "상투"근처에선 가급적 간접투자 상품에 돈을 넣지 않겠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주식형 펀드가 아직도 환매에 시달리는 것은 지난 1999년 7월 지수 1천돌파 이후 간접형으로 몰렸던 자금들이 증시가 조정을 받자 대기매물화 된 때문"이라며 "후행성 간접투자가 줄어들면 기관들의 매수기반이 그만큼 건전해 진다"고 설명했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