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공개된 최규선씨의 녹음테이프가 파문을 일으키면서 최씨가 측근 등을 통해 또다른 '비장의 카드'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공개된 최씨의 테이프에는 비록 최씨의 일방적 주장이지만 대통령 3남 홍걸씨와의 돈거래,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최성규 전 총경, 국정원 직원 등이 참석한대책회의, 홍걸씨 및 청와대 등을 상대로 한 구명로비 등이 적나라하게 담겨있어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최씨는 이 테이프 말고도 정.관계 인사들과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와 여기에들어있지 않은 내용을 적은 `메모'를 대량 보관중인 것으로 알려져왔다. 특히 최씨는 98년 외자유치 및 마이클잭슨 공연 불발과 관련, 당시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의 내사를 받고 풀려난 뒤 틈 날 때마다 주요 인사들과의 대화를 녹음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이날 공개된 테이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난 뒤 피해망상증에 걸렸다.이 정권은 나를 죽이려고 한다"고 당시 심경을 묘사한데 이어 홍걸씨에게 돈을 준것도 위험에 대비한 `보험성'이었다고 주장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녹음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실제로 취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최씨의 측근들도 "최씨가 라면상자 2박스 분량의 녹음테이프를 보관해왔다"고밝힌 점에 비춰볼 때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최씨가 상당수의 녹음 테이프를그에게 맡겨 보관해왔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검찰도 최씨 및 측근의 집과 사무실, 최씨의 대여금고 등에 대한 3-4차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최씨의 테이프 수십개를 분석,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보안상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수사에 상당한 보탬이 되고있다"고 말했다. 최씨의 여비서 염모씨도 최씨의 테이프를 많이 보관하고 있다는 관측도 설득력이 있다. 염씨가 단순한 비서 이상의 역할을 해온 최씨의 최측근인데다 최씨 사건이 불거진 이후 자취를 감추고 전혀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것도 그가 `테이프 관리인'으로 지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