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극우파 후보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를 압도적 표차로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하자 세계 각국의 반응은 환영과 우려가 교차했다. 유럽연합(EU) 탈퇴와 반(反)이민주의를 내건 르펜 당수의 둘풍에 바짝 긴장했던 유럽 집행위원회 로마노 프로디 위원장은 "르펜 당수의 극단적이고 고립적 정책이 국민의 표로 거부됐다. 프랑스인들은 그들의 나라가 유럽의 중심부에 있다는 사실을 재차 입증했다"고 반겼다. 모하메드 6세 모로코국왕은 또 국영 M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통령선거 결과는 프랑스가 지켜온 자유와 관용을 재확인시켜줬다고 밝혔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도 르펜을 압도적으로 물리치고 시라크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데 대해 "자유와 관용, 평등의 승리"라고 말했으며 중국 역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주룽지(朱鎔基) 총리명의로 축하메시지를 보내 시라크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했다. 그러나 전 세계 언론들은 르펜의 승리에 축하하면서도 유럽 전역에 걸친 반이민정서에 우려를 표했다. 미 전국 일간지 유에스에이(USA)투데이는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 대한 민족주의자들의 선동을 촉발시킨 거대한 파동은 쉽게 패배를 입증하지 않을 것 같다"고 경고했으며 한때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의 영자 일간지 '베트남 뉴스'도 프랑스는 극우의 "놀라운 부활"를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세르지오 로마노 전 이탈리아대사는 프랑스 대선결과가 "깨지기 쉬운 투표"였다고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논평기사에서 밝혔으며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시라크 대통령의 통치는 눈에 보이는 것 보다 약해졌다"고 말하고 차기정부는 분열된 정파간 화합을 이뤄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극우 자유당이 연정에 참여하고있는 오스트리아에서는 볼프강 쉬셸 총리가 자신의 보수적 성향에 걸맞게 프랑스의 대선 결과가 주는 메시지는 "변화의 열망이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주변부가 아닌 정치 중심부를 강화하라는 경종"이라고 꼬집었다. (파리.베를린.워싱턴 AP.AFP=연합뉴스) yy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