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사정부가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지여사를 가택연금에서 해제함으로써 미얀마의 정치적 장래가 새 국면을 맞게됐다. 군사정부측은 가택연금 해제를 발표하면서 "국가 단합과 지역및 국가의 평화와안전을 최우선시 한다"는 전제 아래 "모든 국민이 정치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5월6일은 "미얀마 국민과 국제사회를 위해 새로운 장이 열린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군사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 90년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정권을 이양받지 못하고 있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과 군사정부간 정권 공유를 향한 정치적 협상이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라잘리 이스마일 유엔 특사가 주도한 양측간의 비밀 협상은 수지 여사에 대한가택연금 해제 뿐만 아니라 민주화를 위한 정치 협상에 초점이 맞춰졌다. 협상 과정에서 수지 여사측은 NLD의 정치활동 허용을 요구했으며 군사정부측은수지 여사가 가택연금에서 해제되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를 촉구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교육, 건강등 인도주의 정책 분야에서 상호 협력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정부가 수지 여사를 가택연금에서 해제했다고 40년간 군사통치해온 미얀마정부가 빠른 시일 내로 민주화 일정을 대폭 앞당길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수지 여사측과 연정구성이나 총선실시에 합의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으며 더구나 지난 90년 총선결과를 수용해 정권을 이양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정부는 총선 후 정권을 이양할 것을 약속하면서도 갑작스런 정권 이양으로 혼란이 야기될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정권이양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번 조치는 군사정부가 NLD를 합법적인 정당이며 국가건설의 동반자라는 것을인정한다는 상징적인 조치로 긴 협상의 출발점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수지 여사의 석방에는 미얀마의 경제 피폐와 국제사회의 압력이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한 점에서 볼 때 군사정부는 계속 수지 여사와의 점진적인 정치적 타협에 임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가 미얀마에 대한 제재 해제와 경제적 지원의 고삐를 쥐고 있고 수지여사측은 이를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방콕=연합뉴스) 김성겸 특파원 sungky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