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週5일 근무제' 조율실패 안팎] 勞使 '임금보전' 첨예 대립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년여를 끌어온 노사정위원회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주5일제 연내 입법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노사정위원회는 이날 4시간에 걸쳐 고위급 협상을 열었지만 핵심쟁점에 관한 최종 조율에 실패했다.
이에따라 노사 양 단체는 각각 산별 대표자 회의와 경제 5단체장 회의를 열고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7~8일 열릴 예정인 노사정위 본위원회에서 최종 협상을 벌이기로 했지만 양측이 강경한 입장으로 맞서고 있어 타결 가능성은 희박하다.
노사정위가 이번 최종 조정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올해 주5일 근무제 도입은 완전 무산된다고 누누히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월드컵과 지방선거 등 굵직한 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주5일제 도입과 관련한 입법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최종 걸림돌은=이날 노사간에 팽팽히 맞선 부분은 연차휴가와 초과근로수당 할증률이었다.
노동계는 월차휴가를 폐지하되 1년 이상 근속자에 대해 15일의 휴가를 부여하고 1년에 하루씩 가산해 최고 25일까지 보장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초 4시간분의 초과근로수당 할증률은 50%를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달 24일 제시된 노사정위 최종 제시안보다 더욱 강경한 요구여서 의견조율에 실패하게 됐다.
노동계의 이러한 요구에 맞서 경영계는 시행시기를 1천명 이상 기업의 경우 법제정 공포후 2년이내로 하고 20인미만 중소기업의 시행시기를 대폭 늦춰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한국노총은 전체 근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無)노조 근로자가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운 반면 경총은 근로시간 단축이 국제기준에 부합해야 하며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 실패했나=주5일 근무제 도입 문제는 IMF관리체제이던 지난 98년 2월 노사정이 채택한 사회협약에 포함돼 논의가 시작됐다.
이어 2000년 5월 노사정위원회에 근로시간단축특별위원회가 설치돼 수십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번 협상의 기본 토대가 된 노사정위 최종 조정안은 지금까지 나온 한국노총과 경총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했다는 평가를 받아 고위급의 극적인 합의 가능성을 높여왔다.
하지만 노동계와 경영계를 대표해 협상을 주도한 한국노총과 경총이 조직 내부는 물론 관련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책임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하지 않은 것이 합의 실패의 주된 원인이 됐다.
한국노총에서는 정부와의 야합을 지적하는 민주노총의 반발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으며 경총은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해 강경한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향후전망=노사정위원회가 고위급협상에서 노·사 입장을 조율하지 못하고 조만간 본회의를 열고 논의내용을 정리키로 함에 따라 '협상'은 더 이상 없는 셈이다.
장영철 위원장도 이날 "향후 실무협상이나 고위급 협상은 없으며 노사정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논의를 정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사 양측이 각각 산별대표자회의와 경제5단체장 회의를 통한 의견수렴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노사정위 본회의에서의 극적인 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주5일 근무제가 국민의 정부가 추진해온 노동개혁 과제로 대국민 약속이었다는 점에서 임기내에 정부 단독으로라도 입법을 추진할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선거 등과 맞물려 입법절차가 제대로 추진될지는 불투명하다.
또한 현재 입장에서 정부가 노동계의 반발을 감수한 채 무리수를 둘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당초 올 7월부터 단계적으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려던 정부의 계획은 사실상 물건너갔고 이제는 각 단위 사업장별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단체협약 등을 통해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나서는 상황이 예상된다.
이미 금융노조가 오는 7월 시행을 목표로 올 임단협에서 주5일 근무제 도입을 관철시키기로 하고 교섭을 진행중이며 서울지하철공사와 한국담배인삼공사 노조 등도 올 임단협에서 주5일 근무제 도입 문제를 집중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