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은 지난해 9.11 테러사태 이후 미국 전역에서 무이자 할부판매를 단행했다. 불경기라고는 하지만 수익을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는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이는 GMAC라는 우량 금융회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때 조달금리가 3∼4%에 불과했던 GMAC는 전세계 40여개국에 진출, 막대한 금리 차익을 올려 왔다. 축적된 자본을 배경으로 저금리 경쟁을 벌이면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나 할부금융사들은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게 중론이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 한국시장에 진출한 GE캐피탈의 경우 연 7∼8%의 금리를 앞세워 고가 수입차시장 금융과 관련, 중요한 일각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자동차 할부금리는 메이커별로 엇갈리고 있다. 현대가 연 7∼8%대, 르노삼성은 연 8∼9%대, 대우가 연 11%대다. 최근 국제 조달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GMAC가 어느 정도의 선에서 할부금리를 적용할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국내 기업들보다 월등하게 유리한 것만은 분명하다. ◆ GMAC는 어떤 회사 =한마디로 GM그룹의 '캐시 카우'다. 지난 1.4분기에 4억3천9백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려 GM그룹 전체 순이익의 55.5%를 차지했다. 잭 스미스 GM회장은 최근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GMAC가 그룹의 순익증가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델라웨어주 월밍턴에 본사가 있으며 사업영역은 자동차할부 소비자금융 도매금융 대출리스 상업금융 보험 주택금융 등 7가지다. GM차 딜러나 부품공급업체, 고객 등에게 다양한 형태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여신의 경우 고객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딜러를 통해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부품공급업체와 관계사에는 부동산 매입, 기계장비 구입, 운전자금에 필요한 금융을 제공한다. ◆ 현대차의 대응전략 =현대자동차 그룹은 GMAC의 진출에 맞서 금융사업을 강화하는 기존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 부문을 자동차와 철강에 이어 그룹의 세번째 주력사업으로 육성, 단순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금융 보험 등 각종 자동차 관련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서비스 회사로 변신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향후 현대캐피탈을 금융부문 지주회사로 육성, 전반적인 금융서비스 사업을 펼침으로써 자동차 소매금융뿐 아니라 현대차 그룹 각 계열사와 협력업체의 모든 기업금융 결제까지 하나로 묶을 방침이다. 현대캐피탈은 우선 기존의 신차.중고차 구입 할부금융으로만 제한됐던 서비스를 자동차 구입에서부터 유지 보수까지 하나로 묶어 현대차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특히 대출전용카드인 '드림론패스'를 사용하면 차량구입 대금에 따라 결제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기업 부문에서도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이 협력업체 부품대금을 결제할 때 종전의 어음 대신 구매전용카드로 결제토록 함으로써 그룹의 모든 기업간 금융결제를 사실상 현대캐피탈로 통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캐피탈은 조만간 미국 또는 유럽에 현지 할부금융회사를 독자적으로 설립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해외 자동차 메이커들의 국내시장 진출에 맞서 현지 판매법인을 세운 것처럼 해외 할부금융회사를 통한 현지 자동차판매를 확대해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기업금융의 경우 인터넷 중고차 경매 사이트인 오토에버닷컴과 연계, 경매업체들에 자동차 인수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중소업체에 법인용 차량을 빌려주는 자동차 리스서비스도 강화할 계획이다. 조일훈.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