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인의 '氣골프'] 카오스 세계의 새별, 박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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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박세리.'
마치 서부극의 제목 같아 보인다.
4월9일 박세리가 미국 LPGA투어 오피스디포챔피언십에서 라이벌 애니카 소렌스탐을 제치고 승리한 후 붙이고 싶었던 별명이다.
사실 그녀는 서부극의 본향인 캘리포니아주 타자나의 엘카벨로CC에서 승리한 것이다.
과거 마카로니의 건맨이 서부를 평정한 곳에서 그녀는 동양여인으로 총 대신 골프채로 서부를 평정했다.
한동안 박세리 시대가 계속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지금은 고도 정보화의 카오스(복잡계) 시대다.
모든 것이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미래를 예견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빌 게이츠가 정보화 시대를 선도했지만 그 스스로도 불과 2년 뒤에 인터넷이라는 엄청난 가상공간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고 안타까움을 고백하고 있다.
어제의 승자는 오늘의 승자가 될 수 없고,내일은 사라질지도 모르는 예측불능의 시대인 것이다.
앞으로 미국 LPGA무대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과거처럼 베시 킹,낸시 로페즈,에이미 앨코트 등과 같은 장기 독재자의 등장은 힘들 것이다.
그러나 박세리는 예외다.
왜냐하면 박세리는 어떤 도전도 이겨 나갈 수 있는 기(氣)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세리는 4월8일에 벌어진 소렌스탐과의 맞대결에서 한 수 위의 배짱을 보여줬다.
14번홀(파4)에서 세컨드샷이 그린옆 벙커에 빠졌는데 그 벙커샷을 홀 1.8m 지점에 떨구고도 배짱 좋게 곡선 내리막 퍼팅을 성공해 파 세이브를 했다.
반면 소렘스탐은 16번홀(파4)에서 0.8m짜리 쇼트퍼팅을 실수해 보기를 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마지막 홀에 접근할수록 가슴이 더 떨리는 사람이 결정적 실수를 하게 돼 있다.
실수를 안 할 수는 없지만 덜하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다.
그것을 기가 해주는 것인데 박세리는 바로 기싸움에 이기는 배짱이 있다.
박세리는 골프 역사상 유례 없는 훈련을 했다고 들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린 박세리를 한밤 중 별빛만 흐르는 캄캄한 공동묘지에서 스윙연습을 시켰다고 한다.
이것은 마치 해병대의 지옥훈련 이상 가는 것으로 어린 소녀에게는 비정하다고 지탄받을 수 있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기꺼이 해냈다고 한다.
만약 그녀가 장래 꿈보다 현실에 안주해 포기했다면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눈물 없는 빵은 없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이것이 그녀가 세계무대에서 돌연 혜성과 같은 스타가 된 비결이다.
소렌스탐도 인터뷰에서 매년 동계훈련으로 태권도와 요가를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한국의 태권도를 했다는 것은 한국의 강한 기를 수련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녀가 아직 한국의 공동묘지에서 훈련을 안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이여!
소렌스탐도 했다는 한국 태권도의 본고장에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골프가 안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임을 명심하라.
골프는 '기술 10%,자신감 90%'라는데 자신감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공동묘지에서 민방위 훈련이라도 한번쯤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양대 디지털 경영학부 교수 chungkiihn@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