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RV(레저용 차량) 왕국' 재건을 내걸고 지난달 출시한 '쏘렌토'는 디젤 차량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차다. 무엇보다 기존의 디젤엔진을 얹은 차에서 나타나는 진동과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인점이 돋보인다. 독일 보쉬의 2.5ℓ 커먼레일 시스템을 탑재한 쏘렌토의 시동음은 싼타페 렉스턴 등 경쟁 차종에 비해 조용한 편이다. 고속 주행시에는 디젤엔진 차량임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시속 1백km가 넘는 속도에서도 옆사람과 조용히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의 정숙성을 자랑한다. 조용한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잘 들어맞는 부분이다. 가속성능도 만족할 만하다. 디젤엔진을 장착한 차임에도 불구, 순간 가속력이 뛰어나다. 시동을 걸고 시속 1백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4.5초 정도. 최고출력은 1백45마력에 달한다. 2.9ℓ 엔진을 단 쌍용차 렉스턴(최고출력 1백20마력)이나 현대차 테라칸(최고출력 1백50마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디젤차로는 보기 드물게 시속 1백70km까지 올라가는 점도 인상적이다. 승차감 역시 가솔린 엔진의 고급 승용차 못지 않게 편안하다. 쏘렌토의 전체적인 외관은 세련되고 강력한 이미지를 풍긴다. 특히 차체 스타일은 직선 위주의 라인과 어울려 남성미가 물씬 묻어난다. 'SUV(스포츠형 다목적 차량) 전성기'에 맞춰 등장한 쏘렌토는 도요타 렉서스 RX-300과 벤츠 M클래스 등 세계 고급 SUV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모델들을 벤치 마킹, 후발주자로서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세련된 헤드램프와 볼륨감 있는 라디에이터그릴, 아름다운 뉴에지가 은은히 배어 있는 후드 및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테리어 구성과 쓰임새도 쏘렌토의 큰 장점이다. 운전석에 올라보니 다른 메이커의 SUV에 비해 넓어진 내부가 단번에 느껴졌다. 국내 경쟁차들보다 길이와 높이가 작은 반면 폭이 넓어 안정감을 준다. 폭이 넓어서인지 코너를 돌 때도 차체가 그다지 흔들리지 않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튀지 않는 대시보드도 눈에 띈다. 다만 운전석과 조수석의 여유로움에 비해 3열 시트를 위해 희생된 2열 시트 공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무릎 공간이 넉넉하지 않는데다 젖혀지지 않는 등받이 때문에 조금 불편하다. 이 때문에 3열은 사람이 앉는 공간이기보다는 짐을 싣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쏘렌토는 기아자동차가 22개월간 3천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개발한 야심작인 만큼 국내시장은 물론 북미시장에서도 기아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첨병 구실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가 쏘렌토로 '대박'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