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실시된 프랑스 대선에서 반(反)이민.국수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져온 장-마리 르 펜 국민전선(NF) 당수가 2위 득표를 기록, 2차투표까지 진출하는 '이변'이 벌어지자 외국인 이민사회와 인권단체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으며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수치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프랑스 전국에서는 수천명의 시민이 거리에서 르 펜의 약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오는 5월1일 전국적인 시위를 벌이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파리와 그르노블 거리에 쏟아져 나온 시위대는 "NF 타도" "파시즘에 대항해 단결하자" "우리 모두 이민의 후손"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보르도와 릴, 렌, 스트라스부르, 리옹, 디종, 툴루즈 등 대부분의 도시에서 극우파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주변 외국들도 충격과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O...영국 노동당의 사이먼 머피 원내총무는 프랑스 대선이 "유럽 정치의 등줄기에 충격파를 던졌다. 극우파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덴마크에서 벨기에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치체제의 암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고 논평했다. 그는 "그러나 르 펜은 너무도 극단적인 입장으로 유럽의 대부분 극우정당과도 아무런 연관성을 찾지못한다. 이것은 프랑스 정치와 프랑스 좌파의 재난"이라로 말했다. O...벨기에의 루이 미셸 외무장관은 "너무 놀라고 충격을 받아 논평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의 대변인이 밝혔다. O...영국의 대중지 선은 "프랑스 수치의 날"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오늘 프랑스에서 일어난 일은 불쾌한 일이다. 유럽은 당혹과 수치감에 휩싸여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의 ZDF TV는 "르 펜의 약진은 전 유럽에 경종을 울렸다"고 지적하고 불과 2년전 오스트리아 극우정권 등장에 분개했던 프랑스에서 "좌파가 게임에서 쫓겨나고국수주의.인종차별주의 정당이 등장한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O...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닐 키녹 부위원장은 "프랑스 대선은 유럽의 정치 연못에 더러운 큰 바윗돌을 던진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조스팽 총리가 프랑스와 유럽을 위한 진정한 목표를 갖고 있는 지극히 유능하고 기품있는 인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유권자들이 여러 갈래로 흩어지면 결국 우파와 극우파,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표를 얻게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O...오스트리아의 페터 지크로프스키 자유당 사무총장은 "르 펜의 성공은 2년전 오스트리아 극우파 정부에 제재를 가했던 유럽연합(EU)의 따귀를 친 것"이라고말하고 "프랑스 유권자들은 정치적 아이디어 부재를 어정쩡한 도덕논쟁으로 눈가림하려 했던 정당들에게 교훈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영국의 더 타임스는 "프랑스가 우파와 극우파 밖에 선택의 여지가 남지 않았다면 결국 제 발등을 찍은 것"이라고 냉담하게 논평했다. 타임스는 "이번선거 결과는 프랑스 유권자들이 문명화된 다문화사회의 가치를얼마나 지향하느냐 하는 문제 뿐만 이니라 이같은 결과를 낳게 한 민주주의 제도에도 의문을 던지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O...독일의 쥐드도이체 차이퉁은 "시라크가 1등은 했지만 슬픈 승리일 뿐"이라며 "투표 결과는 예측불허"라고 보도했다. 21일 실시된 독일 작센-안할트 주 선거에서도 우익 법질서당의 후보인 로날드 실 판사가 비록 출마에 필요한 표의 5%가 미달했지만 거의 육박하는 실적을 올렸다. O...프랑스 제2의 도시로 수많은 이민들이 정착한 마르세유에서는 유대인, 아랍인 할 것 없이 모두가 일제히 `경악'의 반응을 보였다. 중동 유혈사태와 관련해끊임없는 공격의 대상이 돼왔던 유대계 주민들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역사의 사소한 부분"이라고 말했던 르펜의 득표에 대해 큰 충격을 표시했다. 프랑스내 유대인기구대표위원회(CRIF)의 클레멘트 야나 마르세유 지부장은 "1930년 히틀러가 선거를통해 집권한 사실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유대계 단체들은 "시라크가 지나친 친(親)팔레스타인 입장을 보인다고 싫어했던사람들도 르펜의 약진은 막으려 할 것"이라며 오는 5월5일로 예정된 2차 투표에서르 펜을 떨어뜨리기 위해 투표할 것을 주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O...아랍계 주민들도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르 펜 떨어뜨리기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에펠탑 주변에서 관광기념품 노점을 학 있는 세네갈 출신의 카딤 로(22)는 "르 펜? 안돼, 안돼"라고 외치고 "그가 2차 투표에서 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슬람위원회 마르세유 지부의 모하메드 라길라 대변인은 "무서운 일이다. 당장내일부터 우리의 적 NF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스팽과 시라크가 르펜의 단골메뉴인 `치안'에 주력해 이슬람계 등 외국인들을 `공포조장용 카드'로 사용하다가 이렇게 됐다. 누구든 복사품보다는 오리지널을 좋아한다"고 르펜의 약진을 나름대로 분석했다. O...에펠탑 주변의 외국인 관광객들도 "르 펜? 그 극우파?"라고 되물으며 "프랑스는 세계적인 국가인 줄 알았는데 뜻밖의 결과"라고 놀라움과 실망을 표시했다. 남부 툴루즈에서 파리 관광을 온 프랑스인 부부는 "농담 아니냐"고 물었다가 "사실이라면 끔찍한 일이다. 그는 파시스트"라고 분개했다. 마리-클레르라고 이름을 밝힌부인(57)은 "조스팽에게 실망해 극좌파 다니엘 글룩스텡 후보에게 투표했더니 조스팽이 나가 떨어졌다"며 후회했다. 에펠탑 주변을 순찰하던 일단의 경찰관과 군인들은 논평 요구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으나 금발머리를 바싹 깎은 한 경찰관은 기자로부터 멀어져가면서 주먹을 공중에 휘두르고 "됐어!"라고 환호했다. (파리.마르세이유 AP.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