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매각협상이 마침내 타결국면에 접어 들었다. 협상 대표단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요구를 대폭 수용, 매각을 위한 물꼬를 튼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러나 최종 타결을 낙관하기엔 여전히 난제가 많다. 다른 채권단과 회사의 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협상 자체가 결렬될 수 있다. 매각대금이 당초 예상했던 40억달러보다 6억달러나 줄어든데 따른 '헐값매각 시비'와 마이크론의 요구를 1백%로 수용한 데 따른 '저자세 매각시비'도 예상된다. ◆ MOU 내용 =MOU는 '비구속, 조건부'로 체결됐다. 어느 한쪽이 MOU 내용을 파기하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비구속),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조건부) MOU 자체가 파기된다. MOU가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선 오는 30일까지 하이닉스 채권단, 하이닉스 이사회, 마이크론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잔존법인의 채무조정안도 확정, 역시 이달말까지 3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MOU 내용은 대부분 마이크론의 요구가 그대로 수용됐다. 매각대금의 경우 마이크론의 신주 1억8백60만주로 결정됐다. "주당 35달러를 기준(총 38억달러)으로 했다"는 것이 채권단의 설명. 하지만 지난 19일 종가(주당 29.5달러)를 기준으로 할 경우 32억달러에 불과하다. 여기에 비메모리부문에 대한 신규출자 2억달러를 합하더라도 34억달러에 그쳐 당초 예상금액(총 40억달러)보다 6억달러 모자란다. 15억달러 신규대출에 대한 마이크론 본사의 보증도 받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일부에서는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추진 중이나 아직 검토단계다. 주식매수청구권 자금도 채권단이 모두 부담키로 했다. 우발채무에 대해서도 5억달러를 채권단이 책임지기로 하는 등 마이크론의 요구가 대부분 수용됐다. 다만 하이닉스 직원의 고용 문제는 메모리부문 직원의 85% 이상을 2년간 보장키로 했다. ◆ 향후 일정 =협상대표단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MOU 내용을 22일 1백4개 채권금융회사에 배포했다. 이어 24일 오후 채권금융회사를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오는 26일엔 살로먼스미스바니가 MOU 내용과 잔존법인 처리계획을 설명한다. MOU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전체 채권단 회의는 27일 열릴 예정이다. 채권단의 동의는 채권액 기준 75% 이상 찬성으로 결정된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도 오는 30일 이전까지 각각 이사회를 열어 승인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MOU가 승인되면 오는 5월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목표다. ◆ 전망 및 문제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채권단이 동의할지 여부다. 당장 1조2천억원의 채권을 갖고 있는 투신사와 씨티은행은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회수할 수 있는 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망설이기는 마찬가지다. 매각대금이 34억달러로 줄어든 데다 주식매수청구권 자금마저 새로 부담해야 할 상황이어서 채권회수율이 '0%'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더욱이 잔존법인에 대한 채무조정을 실시하려면 추가자금지원과 부채탕감이 필수적인 점도 부담이다. 하이닉스노조와 소액주주 반발도 변수다. 하이닉스 노조는 "하이닉스 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영춘.김인식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