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신용 정책의 독자성을 위해 임기를 보장하는 금융통화위원 자리가 고위 관료들의 경력 관리를 위한 '임시 정거장'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1월 개각 때 장승우 당시 금통위원이 임기를 두 달 남겨 놓고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입각한데 이어 18일 강영주 위원은 재임 2년만에 증권거래소 이사장으로 옮겨갔다. 공교롭게 둘 다 관료 출신이다. 금통위원은 지난 98년 한은법 개정 때 임기 4년(상근)의 대통령 임명직으로 격상됐다. 그러나 중도에 '사람 빼가기'가 잦아지면서 통화정책 일관성에도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정권 차원에서 금통위원을 필요하면 언제든 빼쓰는 고급 인재풀로 여기고 금통위원들도 자리가 생기면 임기 전에 언제든 뜬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꼬집었다. 금통위원이 되면 차관급 예우, 억대 연봉, 비서.차량 지원에다 한은의 고급 두뇌들과 함께 경제흐름이나 금융시장에 대해 꼼꼼히 챙기고 '내공'을 쌓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박승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를 주재하면서 "금통위원들이 영전해 이 자리가 좋다고 소문나는게 아니냐"고 덕담을 했다. 더욱이 정권교체 시기가 다가오면서 전직 고위관료들의 외풍(정치바람)을 피할 수 있는 금통위 선호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 때문인지 강영주 위원의 빈 자리를 놓고 거의 10 대 1에 가까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경부가 추천권을 갖고 있어 재경부와 한은의 신경전도 만만치 않다. 재경부 출신으론 이정재.엄낙용 전 차관, 정재룡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이상용 전 예보 사장, 김우석 한은 감사 등이 거론된다. 한은에선 박철 부총재나 이강남 금융연수원장 등이 금통위원으로 가야 인사 숨통을 틀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형규.허원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