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덩어리에 날생선을 붙인,지극히 단순하고 어떻게 보면 원시적이기도 한 생선초밥이 고급음식의 대명사로 우뚝 선 이유는 무엇일까. 저칼로리 저지방의 건강음식이라는 점을 첫번째로 꼽을 수 있겠지만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외국에서 초밥집을 연 일본인들이 서로 단결해 가격경쟁을 삼가고 초밥은 고급음식식이라는 이미지 심기에 주력한 탓도 크다. 생선초밥의 특징은 한마디로 "화(和)"라고 할 수 있다. 시켰으니 주고 주니까 먹는다는 일방적인 흐름이 아니다. 요리사가 손님과 대화를 나누며 손님의 기분상태와 기호,그 날의 기온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생선초밥을 만들어주는 것을 최상으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생선초밥을 먹을 때는 다찌라고도 부르는 스시다이(주방장앞에 높인 식탁)에 앉아야 한다. 테이블이나 방에 앉아서 생선초밥을 먹을순 있지만 스시다이보다는 제맛이 나지 않는다. 생선초밥은 얼핏 만들기가 쉬워보이지만 결코 만만치 않다. 진짜 일식을 잘하는 음식점이 드문 이유다. 엉터리 생선초밥을 태연하게 내놓는 집도 꽤 많다. 생선초밥을 잘 못하는 음식점 판별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스시다이가 활성화 안되고 죽어있는 집. 둘째 수족관이 있는 집. 생선초밥에는 갓잡은 생선이 아닌 숙성시킨 생선을 쓴다. 셋째 스시다이에 생선비린내가 감도는 집. 생선 밑손질을 잘못했다는 증거다. 잘하는 곳일수록 생선냄새가 없다. 최고급 생선초밥을 먹을수 있는 집,가격대비 만족도가 최고인 집,최고의 회전초밥집 세곳을 소개한다. 아오야마(靑山.청담동.02-3442-4451)=서울시내 최고의 일식집중 하나. 초밥의 달인 박범순실장이 끊임없이 음식을 연구개발해 낸다. 생선초밥만 하더라도 매번 똑같이 주는 법이 없다. 손님의 기분과 기호를 고려하되 계절감각을 살려서 조합을 한다. 예를 들어 고민거리가 있어 식욕이 없는 손님에게는 처음부터 맛이 강한 초밥을 주거나 영덕대게생살 초밥 등 계절의 별미를 줘서 입맛을 돌아오게 한다. 비싸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식집이다. 기꾸(菊.동부이촌동 금강병원 맞은편.02-794-8584)=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부이촌동은 전반적으로 일식집 수준이 높다. 기꾸도 그중 한집이다. 단골손님 위주로 낮엔 생선초밥 저녁엔 사시미에 주력하는 작지만 강한 일식집이다. 규모가 작으니 손님에 대한 배려 또한 세밀하다. 기호를 꿰뚫고 있음은 물론,먹는걸 봐가면서 양을 조절해 준다. 생선초밥의 수준도 높아서 아지(전갱이) 사바(고등어) 게소(구운 오징어다리) 미루가이(코끼리조개)등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초밥재료도 갖춰놓았다. 가격대는 중상급이지만 만족지수가 아주 높다. 간판에는 국화 국(菊)자만 쓰여있다. 어떤 사람에게 이 집을 추천했더니 아무리 찾아도 기꾸라는 집은 없더라고 화를 내 아차했던 적도 있다. 삼전회전초밥(세종문화회관옆.02-735-1748)=콘베이어 벨트에 돌아가고 있는 초밥접시를 집어다 먹는 방식이다. 따라서 손님 개개인에 대한 요리사의 배려는 없다. 가격은 굉장히 싸다. 초밥 두 개씩(성게알 초밥만 한 개씩)담긴 접시 하나에 2천2백원이니 10개를 1인분이라 치면 1만1천원밖에 안 된다. 그대신 고급 초밥은 없다. 전반적으로 재료가 싱싱하니까 초밥의 수준이 그런대로 훌륭하지만 좀더 좋은 쌀을 사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국인 당신은 누구인가"의 저자이자 산께이신문 서울지국장 구로다기자의 단골집이기도 하다. /최진섭.맛칼럼니스트.MBC"찾아라!맛있는 TV" 책임PD choijs@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