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최대 국영기업인 국영석유회사(PDVSA) 노조, 노동자연맹(CTV), 상공인연합회(페데카마라스) 등의 총파업 연장으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번 파업의 명분은 겉으로는 차베스 대통령이 임명한 PDVSA의 새 집행부의 퇴진이지만 안으로는 취임 이후 개혁을 빌미로 실정을 거듭해 온 차베스 정권의 퇴진이라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파업에 반기를 들어야 할 기득권층인 상공인연합회나 중립을 지켜야 할 일부 언론마저도 노골적으로 차베스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 파업사태는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파업 첫 날인 지난 9일 밤 국영 TV 방송을 통해 "총파업이 성공적"이라는 노조단체의 성명을 일축하고 "체제 전복을 노리는 불순세력에 맞서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개혁의 칼날을 높이 세우겠다"고 일갈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또 친정부 언론을 동원해 "파업 노조를 비롯한 일부 불순세력이 정부와 국민을 이간하고 국정을 좌지우지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대통령의 권한에 도전하는 세력을 철저히 응징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총파업의 물결이 기세등등하게 확산하자 차베스 정부는 엄포와는 달리 수습책 마련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페드로 카르모나 상공인연합회장은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24시간 시한부 총파업이 48시간으로 연장됐지만 현재로서는 파업이 어떤 국면으로 귀결할지 예측할 수 없다"며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이번 파업은 80∼100% 성공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총파업이 시한부를 넘겨 무기한 지속된다면 무정부나 통치불능의 사태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며 "정부가 노조와 기업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 무기한 총파업과 `시민 불복종 운동'을 선포할 수도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신문발행 중단 등으로 총파업에 가세한 일부 언론에 자제를 촉구하고 "국민에게 파업의 실상과 차베스 정권의 실정을 낱낱이 알려야 하기 때문에 신문 발행의 중단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좌익의 기치를 높이 치켜들고 집권초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차베스 대통령은 재임 3년 동안 정치적 기반을 다진 것외에 `한 일이 없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최근엔 경제악화, 범죄증가, 사회주의적 개혁입법, 대미관계 악화, 쿠바와 친교, 콜롬비아좌익게릴라(FARC) 지원 등의 문제로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국영석유회사의 새 집행부에 친차베스 인물들을 `낙하산 인사'로 앉히면서 기존 집행부 및 노조와 마찰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노동자총연맹(CTV)을 어용노조인 볼리바르 노동자전선(FBT)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노동자들마저 정권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뿐만 아니라 차베스계 인사들로 채워진 의회가 차베스 대통령에게 초법적인 권한을 부여한 것을 이용해 토지법 개정 등 49개의 사회주의식 개혁입법을 단행하자 자본가 계급인 페데카마라스 조차도 베네수엘라 사상 처음으로 자본가 파업을 실시하면서 반차베스 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또 독재정권 시절 가톨릭 교회의 역할을 비난하면서 교회와도 관계도 불편해진 가운데 정부 및 국영기업의 요직에 자신과 가까운 군부 출신 및 현역들을 임명함에 따라 군사독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고급장교 4명이 차베스대통령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한데 이어 쿠데타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여론조사단체인 다타날리시스의 루이스 비센테 회장은 "총파업의 와중에서 친-반 차베스 세력 간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협상의 여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빠른 시일안에 파업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규모 유혈시위와 무정부 상태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 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