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공개적으로는 이스라엘에 대해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공격을 `지체없이' 중단하도록 요구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아리엘 샤론 총리에게 점진적으로 작전을 종료하도록 묵인했다고 보스턴 글로브가 미 정부 관리 2명의 말을 인용, 9일 보도했다. 이들 관리는 익명을 전제로 글로브지와 가진 회견에서 부시 행정부가 샤론 총리에게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예루살렘에 도착하는 12일을 전후해 실질적 철군을 시작하도록 양해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샤론 총리의 지속적인 군사작전을 부시 대통령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고 이들 관리는 전했다. 국방부의 한 관리는 "샤론 총리는 어디까지 공세를 취할수 있는지 알고 있다"며 "샤론 총리가 12일까지 무언가 진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약간의 압력이 공개적으로 가해질수도 있지만 그는 당장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리는 또 부시 행정부가 12일 이전에 이스라엘이 툴카렘과 칼킬야 철군 발표와 같이 모종의 제스처를 취해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파월 장관의 예루살렘 도착이 임박하기 전까지는 이스라엘의 실질적 조치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관리들은 미국 정부가 샤론 총리에게 12일까지로 시한을 명시했는지 아니면 탄력적인 시한을 제시했는지는 알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7일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지체없이 철군하기를 기대한다"며 즉각적인 철군을 거듭 촉구했다. 글로브지는 그러나 미 정부 관리들과 중동 분석가들은 부시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 실제로는 아랍 세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파월 장관이 중동 순방 첫 방문지인 모로코에서 모하메드 국왕으로부터 "예루살렘을 우선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며 면박을 받은 사실을 예로들며 상당수 중동 국가들이 미국의 말을 믿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국방부 관리는 파월 장관의 방문 일정이 "샤론 총리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것"임을 시인했다. 국무부의 한 관리도 "이스라엘이 우리의 말에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지만 우리의 행동은 주시하고 있다"며 "우리의 현재 행동은 이스라엘에 철군 시간을벌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브지는 이스라엘 국내에서도 미국으로부터 조속한 철군 압박감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텔아비브 소재 바르 일란 대학의 제럴드 스타인버거 분쟁관리계획실장은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 정부의 행동을 오는 12일까지 작전을 종료해도 된다는 암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