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스트에서 M30,와우(WOW)프로젝트까지' 삼성전자 노트북 센스Q는 시장에 출시되기 전까지 모두 9번의 리콜을 당했다. 리콜을 명령한 사람은 다름아닌 디지털미디어 총괄대표인 진대제 사장이다. 두께는 소니의 노트북 바이오(VAIO)보다 얇도록 2㎝ 미만으로 할 것. 무게도 3㎏을 넘기지 말 것. 진 사장이 제일 쓰기 편한 제품이라고 요구한 가이드 라인이었다. 개발팀은 진 사장이 요구한 '스펙(spec·제품사양)'에는 맞췄지만 마지막 관문인 '블라인드(blind) 테스트'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두께를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판을 너무 얇게 한 것이 문제였다. 1㎜를 줄이기 위해 디자인과 R&D파트는 매번 격론을 벌였다. 결국 9번의 리콜 끝에 만족한 진 사장은 지난해 센스Q 한대를 세계 최대 PC메이커인 미국 델(Dell)사의 CEO인 마이클 델에게 보냈다. 센스Q의 품질에 만족한 마이클 델은 삼성전자와 10억달러에 달하는 센스Q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프로젝트명 '메버릭'으로 시작한 '와우(WOW)'프로젝트가 결실을 본 순간이었다. 와우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세상이 깜짝 놀랄만한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2000년 진 사장이 이름 붙인 R&D 계획이었다. 프로젝트명 '제비(swallow)'로 명명된 흑백레이저 프린터 '모노(Mono)' 개발계획 역시 와우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모노는 3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제비가 물어다준 씨앗 하나가 대박을 가져다 준다는 프로젝트의 이름 값을 톡톡히 실현했다. DVD플레이어와 VCR 기능을 갖춘 DVD콤보도 마찬가지. 이 제품은 미국시장에서 2백99달러의 고가로 판매됐지만 지난해 미국에서만 60만대,세계적으로 1백30만대가 판매됐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일류화 프로젝트의 기원은 지난 96년 월드베스트 전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의 디지털 셀룰러시스템과 디지털 비디오디스크 등 그룹 차원에서 45개 제품이 월드베스트 제품으로 선정됐다. 이는 이건희 회장의 '질(質)'경영 추진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명품 플러스 1'의 탄생도 엔지니어적 면모를 갖춘 이 회장의 발상이 계기가 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99년 회사 창립 30주년을 맞이해 윤종용 부회장이 추진한 'M30'프로젝트는 기존 단품의 창조성을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의 창조성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입안됐다. 이를 통해 디지털 카메라와 MP3플레이어 기능을 갖춘 포토 옙MP3플레이어를 비롯해 TV폰 인터넷냉장고 fLCD(강유전성 액정표시장치) TV 등 멀티미디어 분야에서 30개 신제품이 탄생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