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룽지(朱鎔基) 총리 등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및 사정작업에 진력해 온 정부 관계자들은 지지부진한 개혁 작업에 국유기업 간부들이 연루된 잇단 부패 사건으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9일 상당수가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유기업들이 고위 간부들에게 인센티브 명목의 각종 혜택을 주는 등방만한 경영을 일삼아왔으며 이는 또 일반 근로자들로부터 '불공평한 처우' 등의 불만을 사고 있어 사회 불안의 요인도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간 명보(明報)를 비롯한 홍콩 신문들은 광둥성의 남방(南方)일보를 인용해,광저우시의 한 국유기업이 고위 간부 23명에게 '장려금' 명목으로 호화주택 23채를 제공했으며 이 사실을 알게 된 일단의 근로자들이 남방일보에 이를 폭로하는 투서를보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500대 기업 중 하나로 광저우(廣州)시의 대표적인 국유기업인 광저우경공업품수출입공사는 지난해 1월 2천630만위앤(한화 약 40억원)을 들여 호화주택 23채를 구입, 간부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광저우시 사정 당국은 경영진들의 호화주택 구입에 불만을 품은 일단의 근로자들이 보낸 투서 내용이 남방일보에 보도된 뒤 조사한 결과 이 회사의 고위 간부 23명이 베이징 난루(南路) 소재 베이징 빌딩(5채)과 광저우의 위앤양밍주(遠洋明珠)등의 호화주택에 거주해 온 것을 밝혀냈다. 1인당 평균 주택 가격은 114만위앤이며,이중엔 250만위앤에 달하는 대저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간부용 저택 구입과 관련, "회사 발전에 공헌한 간부들에게 '장려금'형식으로 주택을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근로자는 투서에서 "기업이익금을 전체 직원이 아닌 소수 간부들에게만 나눠준 것은 잘못이며 회사는 임직원들에게 제공하게 돼 있는 주택 면적과 가격 제한에 대한 국가 규정을 어기고 호화주택을 구입했다"고 비판했다. 관측통들은 남방일보 보도로 당국의 엄밀 조사를 받은 호화주택 사건과 관련, "이는 수 년간 지속돼 온 정부의 국유기업 개혁 및 사정작업에도 불구, 국유기업 간부들의 권력 남용 및 공금 횡령 등 부패 사건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사례"라고 풀이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호화 주택 사건외에 국유기업들이 심각한 경영난에도 불구, 여전히 비효율적이고 불공평한 인센티브 제도 등을 남발하는 등 개혁작업을 등한히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국유기업 개혁에 매진해 온 "주 총리와보좌관들이 잠을 이루지 못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콩=연합뉴스) 홍덕화특파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