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골프장] 골프설계가 : (인터뷰) 임상하 <대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산 화산 뉴서울(북코스) 코리아 파인크리크CC 등 국내외에서 73개코스를 디자인한 임상하씨를 만나 설계와 관련된 이모저모를 물어보았다.
-지금까지 설계한 코스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곳은.
"뉴서울CC 북코스다.
코스설계가로 나선 뒤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최근 작품중 가장 마음에 들게 코스가 나온 곳은 파인크리크CC다"
-최근의 코스설계 추세는.
"골프코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공통적인 기본개념이 있다.
그것은 자연상태를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코스설계 개념을 중시하고 있다.
그런 반면 너무 인위적으로 코스를 만드는 풍조도 있다.
그런 작위적 설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코스를 설계할때 구체적으로 어떤 부문을 중시하는가.
"자연에는 녹지자연과 생태자연이 있다.
전자는 조경 등을 말하는 것이고 후자는 원래의 지형을 말한다.
코스는 특히 생태자연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예컨대 조성전에 계곡이나 도랑 폭포가 있었다면 코스를 만든 뒤에도 그것을 되살려주어야 한다.
파인크리크 코리아 동부산CC 등은 그 대표적 예다.
오로지 인간, 골퍼만 생각하고 코스를 조성하면 생태계와 조화가 안된다.
생태계를 파괴한 코스는 좋은 코스라고 할수 없다"
-세계적 추세도 그런가.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좋은 골프장이라는 점에서는 그렇다.
골프는 발상지인 스코틀랜드에서 자연주의가 최대한 존중됐다.
필요로하는 최소부문만 사람의 손이 닿는 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골프가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코스개념도 변질되기 시작했다.
인공이 많이 가미됐고, 코스는 자연보다는 골퍼의 기량위주로 설계됐다.
최근에는 또 자연주의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
묘한 벙커보다는 자연스런 벙커가 좋다는 식이다"
-외국의 유명 설계가들이 국내코스를 많이 디자인했는데.
"그들이 설계한 코스에 대한 평가는 골퍼들 몫이다.
외국인들은 골프장 대지가 생긴 모양대로 코스를 건설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다보니 파3홀이 잇따를수 있고 파71홀코스가 될수도 있다.
나인에 파3, 파4, 파5홀이 각 3개인 '3-3-3배열'을 선호한다.
자유분방하고 자연주의적이다.
그러나 그런 개념이 국내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
꼭 나인에 파3홀과 파5홀이 두 개 있어야 하며, 전체의 파는 72여야 한다.
그런 고정관념 때문에 지형에 순응한 설계가 되지 못하고 무리가 따른다.
비용도 많이 든다.
우리나라 골프장 오너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할때다.
국내코스중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곳이 파인크리크CC 파인코스다.
그곳은 파3, 파4, 파5홀이 3개씩으로 구성됐다.
얼마나 멋있고 자유스러운가"
-요즘엔 선수출신 설계가들도 많은데.
"큰 관심이 없다.
설계를 잘 하기보다는 '네임 밸류'가 많이 작용한다고 본다"
-설계가로서 골퍼들이 스코어를 줄이는데 필요한 조언을 한다면.
"그린 앵글을 잘 읽으면 2~3타는 줄일수 있다.
골퍼가 페어웨이에서 그린을 보았을때 그린이 놓여 있는 방향을 말한다.
예컨대 페어웨이와 스퀘어한 그린이 있는가하면 45도로 비스듬히 놓여 있는 그린이 있다.
45도 그린일때 그 축방향에 맞는 곳에서 어프로치샷을 하는 것이 절대 유리하다.
그런 어프로치샷을 하려면 티샷을 할때부터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초보자들은 어렵겠지만 핸디캡을 낮추려는 중상급 골퍼들은 이를 생각해야 한다"
-좋은 코스의 요건은.
"샷밸류와 자연성을 들고 싶다.
샷밸류는 골퍼가 친 샷대로 보상을 받는다는 의미다.
잘 치면 스코어가 좋고 삐끗하면 스코어가 나빠지는 것이다.
기량우선의 척도라고 할수 있다.
자연성은 자연이 살아있는 골프장을 말한다.
사람과 동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골프장이다.
골퍼옆에 다람쥐와 꿩이 있고 퍼팅하는데 노루가 다가오는 그런 개념이다.
미국 뉴저지주의 파인밸리CC는 이 두가지를 겸비했다고 본다.
현재의 뉴코리아CC는 국내코스중 자연미가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할수 있다.
샷밸류나 자연성 다음에 비로소 코스난이도나 전략성 등을 꼽을수 있겠다"
-국내 코스중에서도 '세계 1백대 코스' 안에 들 곳이 있는가.
"세월이 필요하다고 본다.
인공적 요소만으로는 되기 힘들다.
올드코스의 기분이 나야 한다는 말이다.
나무와 숲이 우거지고 개울이 흐르며 동물들이 뛰어 노는 곳이어야 일단 자격이 있다.
작위적인 코스조성이나 인위적인 개조로써 1백대 코스안에 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