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 이응노 화백(1904~89)의 대나무 그림을 감상하는 '이응노 대나무그림전'이 서울 평창동 이응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고암이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간 뒤 그린 것으로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전시작은 63점. 고암의 예술은 사군자에서 비롯됐다. 이중 대나무는 그가 가장 아낀 벗이자 미술적 소재였다. 스승인 해강 김규진이 제자인 고암에게 '죽사(竹史)'라는 호를 내린 것도 '대나무처럼 청청하라'는 뜻이었다. 그는 '애죽심위예술지본(愛竹心爲藝術之本·대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은 예술의 근본)'이라는 화제처럼 평생 동안 대나무를 무척 아꼈다. 고암은 고답적인 사군자에서 벗어나 화면에 추상적인 효과를 끌어내곤 했다. 그의 대나무는 80년대 '군상시리즈'에서 나타나듯 댓잎 하나하나를 만들어간 힘찬 붓놀림으로 율동감과 리듬감을 지닌 군상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문인화의 전통을 현대적 조형언어로 이끌어 동양미학과 서양 조형언어의 결합을 시도한 셈이다. 이번 출품작에는 대나무 특유의 율동감과 흥취가 가득 넘친다. 관람료 일반 2천원(매주 목요일 무료 입장). (02)3217-56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