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경을 물에 한번 적시고 나서 김서림방지제를 바릅니다. 김서림방지제가 없으면 손가락에 침을 묻혀 살살 문질러 줍니다. 그래야 김이 서리지 않아요" 배운대로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모아 OK사인을 보낸다. 다음은 물안경 착용. 숨대롱을 왼편에 두고 두 엄지로 끈을 밀어올린 다음 고무부분을 얼굴에 밀착시킨 뒤 머리뒤로 끈을 넘긴다. 촉촉한 잠수복이 기분좋게 몸을 죄어 온다. 오리발을 신고 앉아 정강이 부분을 수영장 물속에 담근다. 물에 대한 태생적 무섬증은 어디 갔지? 가슴속은 벌써 한여름 바닷속 유영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올림픽잠수풀. 산호수중 윤상필(44) 강사의 안내로 스킨스쿠버를 체험했다. 목표는 하나. 올여름엔 "용왕"되기다. 그런 꿈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먼저 스킨다이빙 익히기. 물안경, 숨대롱, 오리발 등 기본장비를 착용하고 수면을 떠다니거나 호흡을 조절, 5~10m의 물밑잠영을 즐기는 것이다. 수영장 가장자리에 댄 손가락의 힘으로 물위에 엎드려 하는 오리발차기는 누워서 떡먹기.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발 전체를 뻗어 물밑에서 "우아하게" 차야 하는게 조금은 힘이 든다.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쓰기 때문이라는게 윤 강사의 설명. 몇 번의 실패 끝에 숨대롱에 고인 물을 완전히 뱉어내는데 성공. 윤 강사가 손을 잡고 이끄는대로 물위를 떠가는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힌다. 5m 깊이라는 수영장 바닥이 떡하니 입을 벌린 심연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깊어 보인다. 머리를 확 들어올리는데 "시선은 손끝에"란 윤 강사의 말이 웅웅 울린다. 그대로 따라하니 별 것 아니다. 가위차기를 하며 옆으로 하는 유영, 턱을 가슴에 붙이고 편안히 누어 하는 유영도 통과다. 용기백배, 자신만만이다. 이젠 스쿠버 차례. 스쿠버(SCUBA)는 자가수중호흡조절장치의 영문 약자. 스킨다이빙 기본장비 외에 공기통, 자동조절 호흡기, 수압계 등 게이지를 갖추고 30~40m 깊이까지 들어가 유영을 즐기는 것이다. 스킨다이빙보다 수월해 보인다. 숨대롱에 고인 물을 뱉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 허리에 납벨트를 차고 30kg에 달한다는 장비의 묵직한 맛도 뭔가 다른 것을 한다는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두번의 고비가 높아 보인다. 물속에서 한 지점에 가만히 있는 중성부력, 수압 때문에 아파오는 귀를 뚫어주는 이퀄라이징 기술이다. 먼저 중성부력 익히기. 스킨다이빙 연습, 처음 발차기를 하는 자세를 취한다. 숨을 뱉으면 몸이 가라앉고, 들이쉬면 떠오르는 원리를 이용, 물속 수평기준선에 몸을 고정시키려 하지만 맘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부력조절기로 잠수조끼에 공기를 불어 넣거나 빼 보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공기통의 수분없는 공기가 입안을 바싹 마르게 하는 것도 도리질치게 만든다. "중성부력은 스쿠버다이빙의 꽃"이라며 빙긋 웃는 박창민(44)씨. 강습 5일째인 그가 중성부력을 마스터한 비결은 역시 "부단한 연습"이다. 이퀄라이징은 고통이 따른다. 물깊이 들어가 귀가 아파오면, 엄지와 검지로 코를 지긋이 눌러 잡고 숨을 훅 불어내면 된다는데 개인차가 심한 것 같다. 수영장 밑바닥까지 내려가 중성부력을 익히던 김용식(35)씨. "저 아래 젊은 여성다이버들 보이죠?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벌써 저 정도예요. 다음주 바다에 갈거래요" 김씨의 말에 용기를 내고 다시 "이퀄라이징 실시!" 윙 아파오는 귓속으로 파도소리가 아련히 들리는 듯 하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