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시절 나무를 마구 베어 버린 철없었던 행동이 죄스러울 뿐입니다" 오로지 명령과 규율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군인시절 전방지역에 근무하면서 마구잡이 벌채행위에 참여한 산림공무원이 원죄와도 같은 죄책감을 덜기 위해 나무심기 성금을 기탁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부지방산림관리청 보호계장으로 근무하는 이한섭(51)씨는 2일 자신이 군복무를 한 양구군을 방문, 157만5천원을 나무심기 성금으로 기탁한다. 이계장은 지난 70년대 육군 21사단 병사로 양구지역 최전방인 해안면 펀치볼에서 근무하면서 사계확보와 땔감확보를 위해 당시만해도 헐벗었던 산에서 군복무시절 내내 벌채를 했다. 이계장은 30여년이 지난 3월말 업무차 북부지방산림관리청과 함께 펀치볼 정상에 오른 순간 산림파괴의 현장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죄책감에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현장을 다녀온 뒤 며칠동안 밤잠을 이루지 못한 이계장은 가족들로부터 "죄책감으로 고통을 받기 보다는 사죄하는 뜻으로 나무심기 성금을 내자"는 제안을 받고 용기를 얻었다. 더욱이 이계장은 성금을 현재 산림청 직원들이 벌이고 있는 금연운동과 연계해 담배를 끊기로 하고 매일 1천500원의 담뱃값을 군복무기간인 35개월을 적용, 모두 157만5천원을 기탁하기로 했다. 이계장은 "산림보호 업무차 펀치볼에 오른 순간 아직도 군작전상의 이유 등으로 황폐한 상태로 남아 있는 산들을 보고 말할 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눈물을 흘려야 했다"며 "더욱이 평생을 산림공무원으로 살고 있는 몸으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북부지방산림청은 이계장과 뜻을 같이 해 자발적인 나무심기 성금 모금에 나서 현재 100여만원이 접수돼 있으며 당시 21사단에 근무했던 예비역 중사 이임수(48)씨도 나무심기 성금 모금에 동참하는 등 예비역 병사들의 참여가 확산되고 있다. (원주=연합뉴스) 김영인기자 kimy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