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의 생활경제] '시장논리와 교육' .. 인위적 평준化는 부작용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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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사립대학의 기여입학제 도입 선언과 함께 교육정책 전반에 대해 경제부처와 교육부처간 논쟁이 있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재정경제부의 용역을 받아 수행한 '2011 비젼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규제와 획일 평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현 교육정책을 비판하고 시장논리를 강조하는 획기적인 발상 전환을 제시했다.
내용의 핵심은 현행 고교 평준화 제도를 대폭 수정, 학부모와 학생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자는 것.
나아가 고교간 우열을 인정하고 대학 기부금입학제도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유인즉 과열 경쟁을 유발하고 나아가 국민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열린교육의 일환으로 시행된 현 입시제도 역시 목적은 과거정책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과열입시를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이 정부 의도대로 가지 않고 교육 소비자로서의 행동을 보인다는데 있다.
학생의 적성을 살리고 학부모의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취지의 현 대입 정책의 변화도 오히려 사교육비 부담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한 언론사가 강남의 주부들을 조사한 결과 1999년에 비해 올해 많게는 6배까지 과외비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내신 강화와 심층면접도입 등으로 과외과목이 증가했던게 주요 이유다.
과외를 하는 소비자의 행위를 살펴보면 가장 큰 이유가 획일적인 공교육하에서는 자신의 만족을 극대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득과 선호가 다른 소비자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하고 전문화된 공교육이 제공되지 않는 한 아무리 입시제도가 복잡해져도 사교육이 번창할 수밖에 없는 것이 경제논리다.
인위적으로 고교 평준화를 시켜도 또다시 어느 정도의 우열의 차가 나는 것이 시장 논리다.
소비자는 직접 학교 선택권이 없으면 간접적인 방법을 취한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주택이나 아파트를 구입해 그 지역에 거주지를 택함으로써 좋은 학군의 학교를 선택하려고 할 것이다.
혹은 특수목적고로 진학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자연발생적으로 다시 나타난 이러한 우열을 인정하지 말라는 것이 현행 대학입시 내신제도다.
우수하지 못한 다수가 환영할만한 일이다.
교육은 다수의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되면 안된다.
특히 하향 평준화 정책은 교육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최소한의 엘리트 교육의 기회 마저 박탈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대학이 발전하고 세계적인 교육 수준에 도달하려면 투자는 필연적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발표에서도 나타났듯이 사립대학의 재정여건이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법인전입금과 국고보조금은 줄어든 반면 학생등록금에 대한 의존도는 크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학생 일인당 국고보조금은 2000년도 기준으로 전년에 비해 2만3천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대학 스스로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경영효율화를 통해 재정상태를 어느정도 개선시킬 수는 있겠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정부의 보조도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기부금 입학 이외에 대학의 재정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과거 한국의 고도성장 요인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합의를 이루는 것이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노동생산성의 증가, 즉 빠른 인적자본 형성에 기인한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이러한 우수한 인적 자본의 형성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필자는 치열한 입시경쟁과 대학에게 부여된 어느 정도의 자율적인 학생 선발권한 등 과거 한국교육이 가지고 있었던 시장경쟁 속성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장점들이 국민정서를 앞세운 어설픈 교육개혁에 의해 훼손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sjkwak@korea.ac.kr >